쇼트 16위 역대 최고 성적
61.22점 확인하고 감격 눈물
캐나다 버츄-모이어 1위
흥 넘치던 민유라(23)도 이날은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사상 첫 올림픽 프리 댄스에 진출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25) 조는 믹스트존에서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둘은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기술점수(TES) 32.94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으로 24개조 중 전체 16위를 기록, 20위까지 진출하는 프리 댄스 티켓을 따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는 처음 출전한 양태화-이천군의 24위를 넘은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자 사상 첫 프리 진출이다.
이로써 민유라와 겜린은 꿈에 그리던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둘은 일찌감치 평창올림픽 프리댄스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전통 음악인 '아리랑'을 선곡했다. 의상도 개량 한복을 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아리랑'의 가사 중 '독도'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해당 가사를 삭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두 선수의 평창올림픽의 목표는 오직 '아리랑 무대를 펼치는 것'이었다. 눈가에 화장이 번진 민유라는 “쇼트댄스를 통과해야 아리랑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면서 “그래서 울음이 터졌다. 기분이 매우 좋다. 빨리 가서 푹 자고 내일 경기 준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섯 살 때 언니를 따라 처음 스케이트를 탔던 민유라는 2015년 6월부터 겜린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전 파트너와 결별을 했던 상황에서 겜린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민유라가 먼저 제안했다. 신중한 성격의 겜린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한달 후 짝을 이뤘다. 둘은 비슷한 성향 덕에 은반 안팎에서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금세 완벽한 호흡을 맞췄다. 겜린은 지난해 7월말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둘은 9월말 평창올림픽 마지막 티켓이 걸린 독일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남은 6장 가운데 1장을 획득하며 16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첫 무대였던 단체전(팀 이벤트) 쇼트댄스에서 의상 상의 후크가 떨어져 나가는 돌발 상황을 맞기도 했던 민유라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후크를 단단히 채운 것도 모자라 두꺼운 끈으로 옷을 단단히 여민 채 연기를 펼쳤다. 그는 “완전히 옷을 꿰매고 나왔다”라면서 어깨를 앞뒤로 들썩였다. 어떤 동작을 해도 옷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특유의 유쾌한 제스처로 직접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오늘은 기술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지만, 내일 프리댄스에서는 내 마음과 감정을 모두 표출해 여러분께 특별한 '아리랑'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점수는 상관없다. 어떻게든 확실하게 즐기고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겜린은 “올림픽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국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면서 “내일 경기에선 스토리를 담아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민유라-겜린은 이날 정열적인 라틴 리듬에 맞춰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펼쳤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민유라는 울음을 터뜨렸고, 겜린도 얼굴을 감싸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둘의 역사적인 아리랑 공연은 20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프리댄스 프로그램에서 펼쳐진다. 한편 아이스댄스 쇼트댄스 1위는 캐나다의 테사 버츄(29)와 스콧 모이어(31)가 차지했다. 이들은 자신이 보유한 쇼트댄스 세계신기록(82.65)를 뛰어넘는 합계 83.67점의 연기를 펼쳤다.
강릉=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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