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투기냐 화폐냐의 논란과는 별개로 그 핵심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혁명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지난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20여만건의 청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가상통화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을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투명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투기는 막되 기술은 보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지만,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 정치분야가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출하는 대표가 민의를 수렴해 운영하는 대의체제다. 하지만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일단 선출이 되고 난 뒤에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 혹은 이익단체를 위해 봉사하느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신뢰가 추락했다. 이는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통해 보완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촛불의 상시화’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결과가 됐다.
▦ 대의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 형태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주장에 눈길이 간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ㆍ미래전략센터가 발간한 제안서 ‘RE-BUILD 코리아’에 따르면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융합 민주제로 입법부의 혁신이 가능하다. 직접민주제를 대변할 수 있는 블록체인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온라인 하원’을 구성하면 상ㆍ하원 협치의 장점과 시간, 비용 등의 문제가 해결된 직접 민주제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소환제 도입이 수월하고, 거리로 나서 촛불을 드는 수고도 덜 수 있다.
▦ 당장 각종 선거나 여론조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오프라인이 아닌 스마트폰 등을 통해 국민이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 쉽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블록체인의 안전성을 고려하면 보안이 부실한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도 보완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정치인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도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큰 걸림돌이 예상된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스스로 커다란 족쇄가 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자발적으로 도입하겠냐는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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