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모여 왁자지껄 흥겨운 ‘임가네 체육대회’

이병임 할머니 가족 28명의 행복한 가족체육대회

2015년부터 매년 봄이나 가을 열어

지난해 10월 충북 yt스포츠센터에서 이병임 할머니와 가족들이 '임가네 한마음체육대회' 중 등에 가족서열이 적힌 단체 티셔츠를 입고 사진촬영한 모습. 임재희씨 제공.

연로한 할머니를 모시고 매년 4대가 모두 모여 흥겨운 가족체육대회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이병임(91) 할머니의 가족은 매년 봄이나 가을이면 증손자와 증손녀까지 28명이 모여 ‘임가네 한마음 체육대회’를 연다. 체육대회는 추석과 설 명절에 함께 하지 못한 가족이 모두 모여 시골장터처럼 북적거리며 화목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체육대회는 청주에 사는 이 할머니의 손자ㆍ손녀들이 함께 평소 자주 어울리던 모임에서 비롯됐다. 2015년 일회성으로 첫 체육대회를 가진 뒤 “정말 재미있다” “한 번만 하긴 너무 아쉽다”는 등 가족들의 열성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면서 연례행사가 됐다. 마침 둘째 손녀 사위가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어 장소를 구하는 고생은 덜고 있다.

이병임 할머니(앞줄 왼쪽 6번째)와 가족들이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 yt스포츠센터에서 가진 '임가네 한마음체육대회'에서 단체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한 모습. 임재희씨 제공.

체육대회 날이면 가족들은 가슴에 ‘I ♥ Family’라고 큼지막한 글자가 적힌 단체 티셔츠를 입는다. 티셔츠 뒤쪽에는 ‘큰 아들’, ‘둘째아들’, ‘막내아들’ 등 이 할머니의 자식부터 ‘손자며느리’, ‘손녀사위’, ‘증손녀’ 등 가족의 서열이 쓰여 있다. 최연장자인 이 할머니의 티셔츠 뒤쪽에는 ‘대빵’이라는 큰 글자가 적혀 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임재희(39ㆍ여ㆍ청주시청 공무원)씨는 “할머니께서 손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내시고, 화목하게 지내는 가족들을 보시면서 너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체육대회는 해를 거듭하면서 게임 종목이 많이 변했다. 처음엔 피구나 농구, 배드민턴, 축구 등 스포츠를 주로 했는데 지금은 ‘몸으로 말해요’, ‘고깔게임’, ‘발목풍선게임’ 등 말 그대로 가족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많이 더해졌다. 고령의 할머니와 함께 즐기기 위한 가족의 세심한 배려다.

가족들은 체육대회가 끝난 뒤 뒤풀이로 ‘바비큐 파티’를 열고, 체육대회 때 못한 이야기를 왁자지껄하게 나눈다.

이병임 할머니와 가족들이 지난해 10월 가진 '임가네 체육대회' 스코어 보드표. 임재희씨 제공.

임재희씨는 “할머니가 아흔이 넘으셨는데도 건강하셔서 가족 모두 늘 감사 드린다”며 “올해는 9월쯤 체육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