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58)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규정을 위반한 채 평창 동계올림픽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윤성빈(24ㆍ강원도청)이 강원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을 딸 때 현장에서 응원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윤성빈은 ‘피니시 구역’에서 한국과 아시아 최초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기쁨을 만끽했다. 이곳은 주행을 마친 선수들이 맞은편 관중과 인사하고 다음 주행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히 제한된다. 경기장에 있던 윤성빈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피니시 구역에 들어오지 못했다.
TV중계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지용 평창올림픽 선수단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그리고 박영선 의원이 윤성빈 바로 옆에서 기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그러나 다른 인사와 달리 박 의원은 이곳에 출입할 권한이 없었다.
특혜, 특권 논란이 거세게 일자 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발행하는 Distinguished Guest Pass, 초청게스트로 경기장에 가게 됐고 올림픽훼밀리 라운지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그곳으로 안내 받아서 이동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특혜로 비춰져 우리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신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런 마음이고 저도 참 속상합니다’는 글을 남겼다.
박 의원이 받았다는 초청게스트로도 피니시 구역에 들어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박 의원이 쓴 글은 그곳이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섞여 들어갔다는 항변으로 보인다. 조직위 역시 이날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보 페리아니 회장이 박영선 의원을 포함한 일행들을 통제구역인 피니시 구역으로 안내한 사안”이라며 “조직위는 앞으로 경기장은 물론 대회 시설에 대한 출입 통제에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직위는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간 국회의원 잘못이라기보다 제대로 막지 못한 자신들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올림픽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조직위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AD(등록카드)별 출입 가능 구역 외에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상당히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AD를 갖고 정해진 구역에 있어도 요원들이 수시로 다시 와서 AD를 소지하고 있는 재차 삼차 확인할 정도다. 박 의원이 전 국민이 다 알만한 유명 국회의원이 아니었어도 피니시 구역에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었을지 의구심이 든다.
박 의원도 무작정 억울하다고 호소할 상황은 아니다.
의도는 없었다 해도 규정을 어기고 출입 통제 구역에 들어간 경솔함은 지적 받아야 마땅하다. 또 순수한 응원 차원이었다는 박 의원 항변과 달리 유명 스포츠 스타 옆에 선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왜 눈살을 찌푸리는 지 겸허하게 돌아보는 게 먼저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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