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예술단 귀환 공연에 南노래 포함
최룡해 등 당 간부ㆍ예술인들 관람
한국 가요가 평양 무대에 올랐다.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공연 차 남측에 다녀온 북한 예술단의 귀환 공연을 통해서다. 자본주의 문화 확산을 경계하는 북한 사회에서 남한 노래가 불리는 일은 드물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제23차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 축하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친 삼지연관현악단의 귀환 공연이 16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진행되었다”며 최룡해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예술 부문 일꾼, 창작가, 예술인 들이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서곡 ‘반갑습니다’, ‘흰눈아 내려라’로 시작된 공연 무대에는 여성 중창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경음악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의 종목들이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출연자들이) 화해와 단합의 계기를 좋은 결실로 맺게 하려는 우리 인민의 지향을 새로운 형식의 참신한 노래 형상과 열정적이며 세련된 기악, 높은 예술적 기량으로 승화시켜 황홀한 음악 세계를 펼쳤다”며 “우리 민족의 음악적 정서를 훌륭히 형상한 종목들은 관람자들의 열렬한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성 3중창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종곡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로 마감을 장식한 공연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분열의 비극을 끝장내고 온 겨레가 소원하는 자주 통일의 새 아침을 반드시 안아오고야 말 우리 인민의 의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통신은 “출연자들은 관현악 ‘친근한 선율’에서 ‘아리랑’을 비롯한 세계 명곡들을 손색없이 연주하였으며 남녘 인민들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 여러 곡의 남조선 노래들도 무대에 올렸다”고도 밝혔다. 다만 출연자들이 공연한 ‘남조선 노래’의 곡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간부와 예술계 종사자가 대상이긴 하지만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남측 음악이 무대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한국 가요 가창은 북한이 단속하는 비사회주의 현상 중 하나다. 김정은 당 위원장이 제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23일 연설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이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을 조성해 사회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에 근로단체 조직들을 적극 발동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8, 11일 각각 연 강릉ㆍ서울 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 등 한국 가요 여러 곡을 선보인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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