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첫 주자 삼성 갤럭시S9 언팩(unpack)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추정 이미지와 동영상 등을 쏟아내는 등 갤럭시S9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티저 영상 3편을 공개해 갤럭시S9의 카메라 성능을 또 한번 강조했다. 롤러코스터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와 어두운 숲에서 사슴을 포착하는 영상은 슬로모션과 저조도 촬영을 의미한다. 남성의 표정을 닮은 캐릭터가 나타나는 영상은 이모지 기능으로 풀이된다.
이모지는 유니코드로 만든 그림으로, 앞서 애플이 아이폰X을 통해 이모지를 활용한 ‘애니모지’를 선보였다. 삼성은 사용자 얼굴을 3차원(D) 캐릭터로 표현하는 보다 진화한 이모지 기술을 갤럭시S9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글로벌 파트너와 미디어 등에 발송한 언팩 초청장에도 숫자 9와 ‘The Camera. Reimagined’란 문구를 넣어 카메라 혁신을 예고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의 카메라를 연이어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카메라에 공을 들였고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부분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산업 디자이너이자 유명 IT 트위터리안 벤자민 게스킨이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갤럭시S9 추정 이미지도 전작인 갤럭시S8와 비슷하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 전 유출된 이미지들이 실물과 거의 같거나 흡사했던 것으로 미뤄 갤럭시S9도 온라인에 나돌고 있는 이미지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8ㆍS8플러스처럼 갤럭시S9 역시 화면 크기와 메모리 용량 등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S8의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한 디자인과 좌우 엣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면 화면 비율은 갤럭시S8(83%)보다 더 높아져 93%에 이르고, 갤럭시S9플러스 후면에는 갤럭시노트8처럼 듀얼 카메라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10나노 2세대 공정의 ‘엑시노스 9810’(국내용)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45’(해외용)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최초로 개발한 10나노 1세대 공정의 ‘엑시노스 8895’도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8에 처음 적용했다.
갤럭시S9에는 64G 내장형 메모리, 갤럭시S9플러스에는 128GB 메모리 적용이 유력하지만 아이폰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갤럭시S9플러스에 삼성이 최근 만든 현존 최고 용량의 512GB 메모리가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아이폰X이 핵심기능으로 내세운 3D 안면인식도 갤럭시S9에 탑재 예정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체 물량의 약 3분의 1을 소화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4억4,430만대로, 2016년(4억6,730만대)보다 4.9% 줄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지난해 북미 스마트폰 출하량(1억7,050만대)이 2016년(1억7,470만대)보다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내상’은 깊어졌다. 중국에서는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가 순서대로 1~4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상위 5위권에서 밀려났다. 북미에서는 애플에 이어 2위를 유지했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 줄었다. 단일국가로는 세계 2위 시장인 인도에서도 지난해 4분기 샤오미에 처음 1위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말 언팩을 한 갤럭시S8보다 한달 빨리 선보이는 것도 조속히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삼성 입장에서 다행이지만 갤럭시S9의 완성도가 높더라도 카메라 이외의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려운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 개막 하루 전인 오는 25일(현지시간) 갤럭시S9을 최초로 공개한다. 올해 삼성 스마트폰의 반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의 반응도 그날 확인된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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