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황제 윤성빈(24)이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당찬 소감을 밝혔다.
윤성빈은 16일 강원 평창군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펼쳐진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가족들을 포함해 그 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끝까지 버텨준 팀원들이 가장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은) 제 개인 목표이기도 하고, 모든 썰매 종목의 꿈이기도 했다. 그런 꿈을 먼저 기분 좋게 시작해서 좋다”며 웃었다.
윤성빈은 이날 1~4차 주행 합계 3분20초55로 한국 설상 역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썰매 종목으로 한정한다면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이다.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23ㆍ러시아)와 1초63 차이가 날 만큼 상대를 압도했다. 1차 주행에서부터 트랙 신기록을 작성한 윤성빈은 2차, 4차 주행에서 자신의 트랙 신기록을 거듭 경신하며 금메달을 완성했다.
잠시 숨을 고른 윤성빈은 기자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 금메달리스트다운 당돌한 소감을 쏟아냈다. 그는 앞으로 경기를 앞두고 있는 봅슬레이 대표팀에게 할 말이 없냐는 질문을 듣고는 “정말 제 식대로 말하면 ‘막상 해보니까 별거 없다’고 말하고 싶다”며 “정말 저희는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후회 없는 결과를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출전한 김지수(24)가 3분22초98의 기록으로 6위에 오르며 깜짝 선전해 긴장되지 않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어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며 더욱 고삐를 죄었다.
윤성빈은 ‘우상’ 마르틴스 두쿠르스(34)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10년 이상 스켈레톤의 황제로 군림하며 이번 대회 윤성빈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 두쿠르스는 3분22초31의 기록으로 4위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윤성빈은 “마틴은 평소에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고, 여전히 저에게 우상으로 남아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보고 배울게 많을 거라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올림픽을 위해 피나는 고통을 감내한 윤성빈은 기분 좋은 금메달을 따내며 이번 올림픽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 전화기를 꺼놓고 하루 종일 자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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