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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지 마라, 청소하지 마라’ 베트남 설날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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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지 마라, 청소하지 마라’ 베트남 설날 ‘금기’

입력
2018.0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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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운 결정한다고 믿는 풍습 강해

베트남 최대 명절 뗏(Tet,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6일 저녁 한 부부가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대형 마트에서 손주에게 입힐 자오자이를 고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최대 명절 뗏(Tet,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6일 저녁 한 부부가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대형 마트에서 손주에게 입힐 자오자이를 고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높은 경제성장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뗏(Tetㆍ설) 풍습도 바뀌고 있다.

그러나 ‘금기사항’만큼은 여전히 광범하게 지켜지고 있다. 새해 첫날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해 운이 결정된다는 걸 베트남 국민들이 철저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새해 첫날에는 청소하지 않는 풍습이다. 이날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복을 버리는 것으로 간주된다. 요즘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베트남에서 부와 복을 상징하는 물과 불을 이웃과 나누는 것도 이 기간에는 금기시 된다. 모두 한 해 복을 포기하는 행위로 본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새해 첫날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는 것도 불운을 부르는 것으로 여긴다. 이날 돈을 빌리면 1년 내내 돈을 빌리게 된다거나, 돈을 갚으면 돈이 모이지 않는다고 믿는다. 음식을 남기는 것도 금기시되는데, 그런 일을 할 경우 1년 내내 굶주리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가족이 중심이 되는 경향이 짙은 베트남 사람들은 뗏 때 가족 화합을 저해하는 언행은 대단히 불경스러운 것으로 본다. 그래서 무슨 물건이든 깨뜨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릇 등이 깨지면 가족간 불화가 생기고, 서로 멀어지게 된다고 믿고 있다. 검은색이나 흰색 옷을 입는 것도 금지되는데, 가까운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 최대 명절 뗏(Tet, 설) 연휴를 일주일 가량 앞둔 7일 새벽 호찌민시 새벽 꽃시장 풍경. 전날 오후 8, 9시부터 산지에서 이곳으로 실려온 꽃들은 자정부터 몰려온 소매업자들에게 팔려 나간다. 오전 4시면 파장.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최대 명절 뗏(Tet, 설) 연휴를 일주일 가량 앞둔 7일 새벽 호찌민시 새벽 꽃시장 풍경. 전날 오후 8, 9시부터 산지에서 이곳으로 실려온 꽃들은 자정부터 몰려온 소매업자들에게 팔려 나간다. 오전 4시면 파장.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아무리 좋은 이웃사촌이고 친한 친구라고 해도 새해 첫날은 물론 정초 사흘간은 남의 집 방문을 자제하는 오랜 풍습도 있다. 가족이 아닌 친구들끼리 몰려 나다니는 것도 좋지 못한 것으로 본다. 평소 관계가 좋은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큰 문제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집을 방문하면 나쁜 기운이 든다고 생각한다. 남의 집 문 앞에 서 있거나 앉는 행위도 그 집안으로 드는 복을 막는 것으로 여긴다.

이 외에도 아무리 새해 인사라고 하더라도, 누워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평생 누워 지내기를 기원하는 행동으로 보기 때문에 이 역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분류된다. 오리고기, 개고기, 잉어 등도 새해 먹으면 좋지 못한 음식으로 여긴다. 또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는 등이 구부러진 새우를 먹어도 새해에 사업 번창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먹지 않기도 한다.

응우옌 티 히엔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교수는 “베트남의 새해 첫날 금기들은 미신보다는 풍습에 가깝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해도 이 같은 문화만큼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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