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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기모띠” “느개미” 혐오 막기 위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력
2018.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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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동의 20만건 넘어 정부 답변 대상 올라

학교 내 일상화 된 혐오 표현에 필요성 대두

교사 59%가 “여성 표현 직ㆍ간접 경험했다” 응답

반면 “사회적 갈등 야기할 것” 우려도 적잖아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내 ‘초ㆍ중ㆍ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20만명을 넘어 정부 답변 대상이 되면서 공방이 뜨겁다. 학생들이 각종 혐오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데다 이를 일상화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도입 이후 발생할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올 1월 6일부터 한 달 간 진행된 ‘초ㆍ중ㆍ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에 총 21만3,219명이 동의해 정부 답변 대상에 올랐다. 청원 게시자는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적 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며 사용한다”며 “선생님들께 말씀 드려도 제지가 잘 되지 않고 아이들 또한 심각성을 몰라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여성 교사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한편 여성혐오 표현이 만연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5월 유ㆍ초ㆍ중ㆍ고 교사 636명(여성 447명ㆍ남성 142명 등)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여성혐오 표현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75명(59.0%)에 달했다. 여성혐오 표현을 하는 집단(중복가능)으로는 남교사(48.5%) 관리자(45.0%) 남학생(45.0%)이라고 답했고, 특히 20대 교사 가운데서는 남학생(60.7%), 관리자(53.6%), 남교사(46.4%)라는 목소리가 컸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이모(30)씨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고 살기 때문에 왜곡된 유행어를 그대로 일상화 하고 있다”며 “모르고 내뱉는 말 때문에 수업을 멈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다수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사이에서도 앙 기모띠(気持ちいい: 기분 좋다는 뜻으로 일본 성인동영상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 느개미ㆍ느금마(상대방의 엄마를 비하하는 말), 김치녀(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등 단어 사용은 일상화한 지 오래다” “의미 자체를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바람에 여교사와 학생 간은 물론 학생과 학생 간 마찰도 자주 빚어진다”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한때 SNS에서는 ‘#우리에게는_페미니스트_교사가_필요합니다’ 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반면 페미니즘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불거질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에는 서울 한 초등교사가 학교에서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학교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 3가지’라는 주제로 인터넷매체와 인터뷰하자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보수성향 학부모단체들은 해당 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며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해당 청원은 지금이 학교 현장에 만연한 혐오에 대해 점검해 볼 시기라는 경각심을 깨워 준 계기로 작용했다”며 “하지만 청원에 대한 많은 지지가 단순히 ‘성평등 교육 교과 도입’ ‘1년에 일정시간 성평등 교육 이수’ 식의 단순 해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파악하고 비중 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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