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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비혼들에겐 ‘꿀’같은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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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비혼들에겐 ‘꿀’같은 휴가

입력
2018.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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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일간의 설 연휴가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비혼(非婚)들에게 명절은 ‘꿀’같은 선물이다.

자영업자 정혜정(30)씨는 이번 설 연휴에 박물관에서 일당 8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명절에 용돈을 벌겠다는 심산이다. 비혼을 선언한 후 정씨는 명절 계획은 온전히 스스로 세워왔다. 정씨에게 이번 설 연휴는 계획했던 일들을 실행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정씨는 “명절이면 책을 보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시댁 등 여러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천씨는 다섯 마리 고양이들과 설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천모 씨 제공
천씨는 다섯 마리 고양이들과 설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천모 씨 제공

정씨처럼 명절을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비혼주의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가족들과 균형을 이루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평소 계획했던 여행을 떠나거나 독서, 영화 보기 등을 하며 보낸다. 비혼이면 ‘결혼 재촉 스트레스’로 명절이 더욱 고역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족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인정 받으며 당당히 명절을 즐기는 것이다.

교육업계 종사자 유미나(30)씨는 설날에는 가족과 함께, 나머지 연휴엔 새 학기를 준비하거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이런 유씨에게 기혼 친구들은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유씨는 “연휴엔 잠도 푹 자고 평소 자주 못 본 친구들도 만나 시간을 보낼 거라고 말하면, 결혼한 지인들이 부러워한다”며 “저의 가치관을 존중해준 가족들 덕분에 명절이 휴식이 됐다”고 했다.

고양이 다섯 마리와 사는 천모(37)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가는 대신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천씨는 “평소에는 직장에 다니느라 고양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명절엔 으레 이렇게 지낸다”며 “다행히 부모님이 이해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명절을 ‘휴식 시간’으로 쓸 수 있는 데는 가족들의 사고 변화도 한 몫을 했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비혼주의자들의 결정을 인정하고 이해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송인 김모(32)씨도 그런 경우다. 김씨는 “오히려 결혼한 친척들이 저를 더 응원해 준다”며 “명절이면 결혼하라는 압박 대신 스스로의 삶을 사는 것도 좋다며 비혼을 선택한 데 격려의 말을 많이 해준다”고 전했다. 성우 김모(30)씨는 적극적으로 가족들을 설득했다. 김씨는 “명절이면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음식을 장만하느라 가족 모두 힘들어했다”며 “가족 회의에서 내가 비혼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런 명절 문화도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의 가족은 명절에 각자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김씨는 “꾸준히 서로 의견을 조율한 결과, 지금은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혼을 택하는 20, 30대가 늘어나면서 부인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며 “전통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 세대도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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