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장거리의 개척자’ 이승훈(30)이 ‘빙상 마라톤’으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올랐다. 메달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됐지만 주 종목에 출전하기도 전에 거듭 좋은 성적을 내며 매스스타트와 팀 추월 결과에 기대가 높아진다.
15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만m에서 이승훈은 12분55초54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이 종목 세계 신기록 보유자 테드얀 블로먼(32ㆍ캐나다)은 12분39초77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요렛 베리스마(32ㆍ네덜란드)가 12분 41초 98로 은메달, 니콜라 투몰레로(24ㆍ이탈리아)가 12분 54초32로 동메달이었다. 이승훈과 투몰레로는 불과 1초18초 차이였다. 이번 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 스벤 크라머(32ㆍ네덜란드)는 6위에 그쳤다.
이승훈의 이번 기록은 2011년 2월 국제빙상연맹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2분57초27)을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이승훈은 지난 11일에도 남자 5,000m에서 역주하며 5위에 오르는 등 최근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승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순위를 떠나 만족스러운 기록을 냈다”라고 말했다.
6,000m 이후 레이스 막판 스퍼트가 인상적이었다. 이 지점부터 400m 랩타임을 30초대로 끌어올린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에서는 이날 경기 중 가장 빠른 랩타임(29초74)을 기록했다.
미리 준비한 작전이 주효했다. 랩타임을 미리 계산하고 경기를 운영했는데 그대로 잘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레이스 초반에는 함께 뛴 모리츠 가이스라이터(독일)의 뒤에서 질주하며 공기 저항을 줄이는 영리한 플레이도 펼쳤다. 구름 관중들의 함성도 큰 힘이 됐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인기가 높은 네덜란드에 가야 이런 함성을 들을 수 있다”면서 “응원 소리에 지친 줄도 모르고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는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팀추월 동료인 김민석이 13일 남자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강릉=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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