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 군불 피우고 잠든 부부, 일산화탄소 중독 숨져

설 맞아 90대 노모 모시고 고향 찾다 사고

연기 게티이미지뱅크

설을 맞아 고향을 찾아 비워뒀던 집 아궁이에 폐목으로 군불을 지피고 잠을 잤던 90대 노모와 부부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15일 경남 고성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께 고성군 하이면 백모(90ㆍ여)씨 집에서 백씨의 아들 박모(62)씨와 박씨의 부인 변모(54)씨 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박씨의 동생(53)이 발견해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이 숨져 있던 방 바닥이 갈라져 있고 일산화탄소 냄새가 배여 있는 것과 사망자들의 코 주변 혈흔, 몸에 선홍색 반점 등 일산화탄소 중독증상을 보인 점으로 미뤄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하고 있다.

집은 10개월여 비워져 있어 폐목 등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갈라진 방바닥 틈으로 새어 나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숨진 박씨는 치매 증세가 있는 노모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모셨다가 설을 맞아 고향집으로 내려와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일찍 잠자리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동생은 15일 새벽에 고향 집에 도착해 어머니와 형님 부부가 1층에서 자는 것을 보고 나서 2층에 올라가 잤는데 아침에 사고사실을 알고 비통해했다.

4남 2녀 형제 중 셋째 아들인 숨진 박씨는 위로 두 형을 대신해 사실상 장남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성=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