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작가 드라마 ‘마더’ 집필
백미경 작가는 영화 ‘흥부’ 참여
김석윤 PDㆍ한지승 감독도
각각 영화와 드라마 연출
“좋은 콘텐츠 찾으려는 노력에
분야 넘나드는 시도 많아질 것”
대중문화 창작자들의 경계 없는 도전이 스크린과 TV 사이에 세워진 벽을 허물고 있다. 주전공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와 감독이 많아지고 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듯, 좋은 콘텐츠는 담기는 그릇이 바뀌어도 가치를 잃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와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 tvN 드라마 ‘마더’로 안방극장에 ‘데뷔’했다.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마더’는 엄마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소녀를 위해 엄마가 돼 주기로 결심하고 소녀를 유괴한 교사(이보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 작가는 “드라마 쓰는 일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마더’ 같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내 작품 세계 변화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낸 정 작가의 필력은 드라마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특유의 은유와 긴장감 있는 문법으로 모성의 여러 얼굴을 조명한 이 드라마는 다소 아쉬운 시청률(3~4%)에도 밀도 있는 서사와 주제의식으로 호평받고 있다.
드라마 홍보사 더 틱톡의 권영주 대표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채널이 많아지면서 드라마에서도 ‘작가주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며 “좋은 콘텐츠를 찾으려는 제작자ㆍ방송사들의 노력과 맞물려 앞으로 분야를 넘나드는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의 시나리오를 쓴 백미경 작가는 정 작가와는 반대로 드라마에서 영화로 발을 넓힌 경우다. 백 작가는 JTBC ‘힘쎈 여자 도봉순’과 ‘품위 있는 그녀’(이상 2017) ‘사랑하는 은동아’(2015)를 썼다. ‘흥부’는 ‘흥부전을 흥부가 썼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백성이 나라의 근간’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2015년 완성된 시나리오가 3년 만에 세상 빛을 봤다.
‘흥부’를 제작한 영화사 궁의 박선진 대표는 “흥부가 작가라는 설정이 신선했고,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담아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며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 관객들과 소통할 지점이 많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 작가는 KBS 방영을 앞둔 ‘우리가 만난 기적’을 마친 뒤 ‘흥부’ 후속작 ‘놀부’도 집필할 예정이다.
감독들의 변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8일 개봉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을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명함이 2개다. 현재 JTBC 제작1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6년 ‘올드미스 다이어리’ 극장판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후 2011년부터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3편째 책임지고 있다. 예능 PD로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를 만들었고, JTBC로 옮긴 후엔 드라마 PD로 ‘송곳’(2015)과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를 연출했다. 영화 ‘하루’(2001) ‘싸움’(2007) ‘파파’(2012) ‘신촌좀비만화’(2014)를 만든 한지승 감독은 SBS ‘연애시대’(2006)와 tvN ‘일리 있는 사랑’(2011) 등 인기 드라마에도 참여했다. 4월에는 OCN ‘미스트리스’ 연출자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영화 ‘끝까지 간다’(2014)와 ‘터널’(2016)로 주목받은 김성훈 감독은 tvN ‘시그널’(2016)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킹덤’으로 190개국 시청자를 만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