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시가ㆍ보석 등 수억원대 수수
부자들 세금문제 등 도와 준 혐의
검찰에 송치… 기소 가능성 높아져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1년 이상 경찰 수사를 받아 온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가 결국 사법처리 위기에 빠졌다. 이스라엘 경찰이 13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2006년 3월 총리직에 올라 12년간 이스라엘 최고지도자 자리를 지켜 왔던 그로서는 정치적 생명이 아예 끝장날 수도 있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와 사기, 배임 등 혐의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가 수집됐다”면서 “그를 기소해 줄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제 기소 여부는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검찰의 검토를 거쳐 법무장관이 수 개월 안에 결정하게 된다. 경찰은 지난해 7, 8월쯤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아리 하로우 전 총리 비서실장한테서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통해 결정적 증언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기소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경찰이 문제 삼은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사건은 두 가지다. 우선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가족이 유명 할리우드 프로듀서인 아논 밀천, 호주 사업가인 제임스 패커 등 해외 억만장자 친구들로부터 고가의 시가 담배와 보석 등을 받았다는 이른바 ‘선물 사건’이다. 경찰은 “네타냐후는 밀천으로부터 20만8,300달러(2억2,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고, 그 대가로 미국 비자 문제와 이스라엘 세금 감면 문제 등을 도와줬다”고 밝혔다. 또 “패커한테서도 7만 822달러 상당 선물을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유력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발행인인 아르논 모제스와 막후 거래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게재하는 대가로 경쟁지의 발행부수를 줄이려 한 혐의다. 경찰은 “밀천이나 모제스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내가 진실을 알고 있기에 (나를 제거하려는) 모든 시도는 무위로 끝날 것”이라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사임설에 대해서도 “나는 계속 책임 있게 이스라엘을 통치할 것이며, 내년 말 선거에도 출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스라엘에선 기소가 된다 해도 총리직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지난해 조사에서 ‘총리가 기소될 경우 퇴진해야 한다’는 비율이 66%에 달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숙적인 에후드 바락 전 총리는 “부패의 심각성이 끔찍할 수준”이라면서 총리가 스스로를 직무 정지시킨 뒤, 연립정부 내각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가디언은 “12년 동안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권좌를 유지한 네타냐후의 정치적 미래를 의심케 하는 당혹스러운 ‘한 방’을 날렸다”고 경찰의 수사를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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