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수배 하루 만에 스스로 목숨 끊어
도주 과정서 쇼핑 등 대범한 행각 보여
제주 20대 여성 관광객 살인사건 용의자인 한정민(32)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에 대한 공개 수배가 이뤄진 지 하루만이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11일 제주시 구좌읍 모 게스트하우스 옆 폐가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A(26ㆍ여ㆍ울산)씨를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 중인 용의자 한씨가 14일 오후 3시쯤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한 모텔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가 퇴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자 모텔 주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 한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주민등록증으로 한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씨는 지난 11일 경기 안양시와 수원시에서 행적이 파악된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경찰은 한씨에 대한 추적이 어려워지자 지난 13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한씨는 도주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을 비웃듯 제주공항 내국인면세점에서 여유롭게 쇼핑까지 한 후 제주공항을 빠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난 10일 오후 7시14분쯤 한씨가 지난해 7월 자신이 근무했던 게스트하우스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준강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경력 확인 직전인 오후 7시쯤 한씨와의 통화에서 “밤 10시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겠다”는 말만 믿고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사이 한씨는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쇼핑까지 즐긴 후 오후 8시35분쯤 김포행 항공편을 통해 빠져나갔다. 이어 한씨는 이날 오후 9시53분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면세점 쇼핑가방을 든 채 웃음을 띤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빠져나간 후 잠적했다.
한씨는 또 범행 시간으로 추정되는 8일 새벽시간 대 이후인 오전 6시 전후 숨진 A씨가 타고 온 렌터카를 몰고 간 후 게스트하우스 인근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실종신고가 이뤄지기 이전까지 한씨는 태연하게 게스트하우스에서 평상시처럼 근무했고, 경찰의 수사 사실을 알고 도주했다.
숨진 A씨는 지난 7일 오전 혼자 제주를 찾은 후 렌터카를 빌려 관광을 하다 같은 날 오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 다른 숙박객들과 저녁에 술자리를 함께 한 후 방으로 들어갔으며, 8일 새벽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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