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스스로를 의적 ‘로빈 후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비겁한 악당인 노팅엄의 보안관과 같다.”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정당 오성운동이 다음달 4일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소속 의원들의 세비 허위 반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이탈리아 현지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10여명의 오성운동 국회의원이 총 100만 유로(약 13억3,300만원) 상당의 세비를 제대로 반납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오성운동은 정치인들의 급여가 너무 많다며 세비의 50%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금에 자진 납부토록 한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기성 정당과는 차별화된 이런 조치는 지지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며 오성운동의 지지세를 빠르게 넓히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 말만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이탈리아의 한 방송프로그램은 전 오성운동 활동가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 정당 소속 안드레아 체코니, 카를로 마르텔리 의원이 허위 자료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세비를 빼돌렸다고 폭로했다.
비난이 확산되자,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디 마이오 대표는 “썩은 사과는 버릴 것”이라며 “의혹이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이 동전까지 주머니에 넣는 동안 우리는 그래도 2,300만 유로를 돌려줬다. 개인적으로는 37만 유로를 반납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대형 스캔들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탈리아는 정치 스캔들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지만,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세력을 잡은 오성운동에서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일이 벌어진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경쟁 정당들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집권 여당이자 중도좌파 성향인 민주당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오성운동 의원들은) 사기꾼들”이라고 비난했고,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정직하다, 참 정직해”라며 조롱했다.
채지선 기자 le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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