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일부 한국 기업이 현직 직원들의 임금 지급을 미루다 최대 명절 뗏(Tetㆍ설)을 앞두고 잠적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14일 베트남 호찌민총영사관에 따르면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8일 호찌민시 인근 한 공단의 섬유ㆍ의류업체 K사의 경영진이 잠적한 것과 관련, 한국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장에 남아있는 원부자재를 팔아서라도 밀린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잠적한 기업주에 압박을 넣으라는 것이다.
영사관의 문병철 상무관은 “베트남에 남아 있는 원부자재를 처리할 수 있는 이는 법인장”이라며 “이들이 직접 나설 경우 조속한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야반도주’가 있을 때마다 근로자들의 체불 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같은 요청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도 딱히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근로자 1,900명의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한 K사는 부도가 난 경우”라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진출 한국인상공인연합회(코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근로자 1,900명 규모의 봉제공장 한 곳과 600명 규모 업체 2곳 등 모두 3개 업체가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야반도주’했다. 근로자들이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못해 명절에 고향에도 못 가게 됐다는 사연이 소개되면서 지방성이 자체 예산으로 근로자들에게 50%의 급여를 지급, 명절과 맞물리면서 사태는 일단 봉합이 된 상황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700여개로 추정되는 한국 봉제업체 대부분이 규모가 영세하고, 원청 업체로부터 단가 인하 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다”며 “올해 비슷한 사건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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