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찰 안일한 초기대응에 한정민 검거 시기 놓쳤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20대 여성관광객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 한정민을 공개수배하고, 추적 중인 가운데 피해자 가족의 실종 신고 이후 경찰의 안일하고도 부실한 대응이 한씨의 도주를 불렀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숨진 A(26)씨의 가족은 10일 오전 10시 45분께 A씨가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7일 투숙한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울산지방경찰청에 실종 신고를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동부경찰서는 여성청소년과 실종 담당 경찰관 2명을 이날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해당 게스트하우스로 보냈다. 오후 1시 10분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외부에 있던 게스트하우스 관리자 한씨와 1차로 통화하고, 오후 2시께 면담했다. 면담 과정에서 경찰은 A씨가 언제 입실해 퇴실했는지 등을 물었지만 한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성청소년과와 별도로 형사과 소속 경찰관 2명도 한씨와 면담을 진행했다.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은 오후 4시 50분께 게스트하우스에서 500m가량 떨어진 이면도로에서 A씨가 빌린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발견 이전까지 일시적인 연락 두절과 같은 단순 실종으로 사건에 접근했던 경찰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A씨의 실종이 범죄와 연관된 사건일 수도 있음을 뒤늦게 인지하게 된 것이다.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이 돼서야 경찰은 한씨의 범죄경력을 조회했고, 그가 지난해 7월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만취한 여성 투숙객을 성추행한 혐의(준강간)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임을 확인했다. 해당 사건은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맡아 수사했다.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선 경찰서 형사과 대신 지방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 이관은 이뤄졌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일선 경찰서로의 정보 공유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초기 실종자 수색의 방향이 애초부터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정 게스트하우스가 실종 장소로 애초부터 지목됐다면 실종 장소와 관련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이 우선돼야 함에도 이번 사건 초기 수색에선 그런 과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한씨의 범죄경력을 확인한 경찰은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서로 오라고 했지만, 한씨는 "제주 시내에 나와 일을 보고 있다"며 "곧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겠다"고 경찰에 협조하는 척하며 시간을 벌었다. 경찰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씨를 기다리는 동안 한씨는 유유히 제주공항으로 가 오후 8시 35분 김포행 항공기를 타고 육지부로 도주했다.
경찰은 약속된 시간인 오후 11시께 다시 한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한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한씨를 경찰서로 데려올 수도 있었겠지만, 한씨가 거절할 경우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어 강제로 데려오기 쉽지 않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급해진 경찰은 11일 오전부터 실종자 수색에 대규모 인원을 투입했다. 낮 12시 20분께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 폐가에서 A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 초기에는 범죄 연관성 여부보다 수색이 우선인 상황이었다"며 "당시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CCTV는 분석 중이었고, 한씨가 성범죄와 관련해 재판을 받는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용의자로 특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끔찍한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제주도의 특성상 경찰이 애초부터 안일하게 대응해 용의자를 제때 검거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한씨가 하루빨리 검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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