렴대옥 “짝패 동지가 이끌어줘 빛이 난 거지”
베일을 벗은 북한 피겨 렴대옥(19)-김주식(26)의 기량은 놀라웠다.
렴대옥-김주식은 14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79점, 예술점수(PCS) 30.61점을 더해 69.40점을 얻었다. 자신들의 종전 최고점(65.25)을 훌쩍 넘었다.
22팀 중 10번째로 경기에 나선 렴-김은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2분40초 동안 깔끔하고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 고난도 점프도 무리 없이 성공했다.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에 자신감이 넘친다”고 평했다.
렴대옥-김주식은 연기를 마친 뒤 후련한 표정으로 17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북한 응원단은 경기 전부터 작은 인공기를 흔들며 “렴대옥” “김주식” “장하다”를 외쳤고 한국 관람객들도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북한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11위에 올라 상위 16팀에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15일) 출전권을 확보했다. 프리 결과에 따라 톱10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규식은 주관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응원단과 남측 응원단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다. 우리는 핏줄을 나눈 한 동포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 민족의 뭉친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렴대옥은 “당에서 이만큼 키워주고 감독과 짝패 동지가 이끌어줘 빛이 난 거지 나 혼자 잘 해서 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다음 차례인 신문 인터뷰는 말없이 빠른 속도로 그냥 빠져나갔다.
렴-김이 성공적으로 연기를 마쳐서인지 북한 응원단도 고무된 표정이었다.
경기장을 떠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북한 응원단 인솔자인 듯한 인사에게 “렴대옥-김주식 선수 연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하자 ”원래 잘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무뚝뚝했지만 미소가 슬쩍 묻어났다. “메달도 딸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당연하지. 메달 따러 왔지 놀러 왔나”라고 말했다. “단일팀이 일본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이길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무조건 이겨야지”라고 말한 뒤 “이제 그만하자”고 손을 내저었다. 북한 응원단은 소감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도 웃음 띤 얼굴로 손만 흔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가장 첫 번째로 연기한 한국 피겨 페어 김규은(19)-감강찬(23)은 42.93점에 그쳐 최하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두 번째 점프 후 착지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한 김규은은 경기 뒤 아쉬움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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