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2012년 후진타오와 회담서 언급
中 저우융캉이 입수한 뒤 김정은에게 누설
“저우의 밀고, 김정남 암살의 방아쇠 역할”
지난해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된 배경에 북한 후계 구도 문제가 있었다고 일본 NHK방송이 13일 보도했다. 2013년 말 처형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남을 북한 최고지도자에 앉히고 싶다”고 발언했던 게 암살 사건을 촉발한 주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NHK는 이날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장 전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8개월 후인 지난 2012년 8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자리에서 “김정남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대화 내용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을 통해 북한에 흘러 들어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저우융캉의 부하를 통해 회담 내용을 입수한 뒤, 이듬해인 2013년 초 북한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에게 밀고했다는 뜻이다.
NHK는 저우융캉의 밀고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부른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중국 정부가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배경이 향후 북중 관계 해석의 중요 단서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 봤다. 장성택 전 부위원장은 문제의 밀고 이후인 2013년 12월 북한에서 국가반역죄 등으로 공개 처형을 당했고, 김정남은 지난해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했다.
저우융캉은 2015년 6월 부패와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러한 정황상 ‘국가기밀’이란 그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누설한 장성택의 발언일 공산이 크다. NHK는 저우융캉이 국가기밀 누설 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알기 어렵다면서 자신이 부패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자 북한과의 ‘파이프’를 이용, 중국 지도부의 움직임을 견제하려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