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크라머르/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동계 해트트릭 왕관’의 주인공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나왔다.
해트트릭은 축구나 아이스 하키 경기에서 한 선수가 3득점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3회 연속 대회 타이틀을 석권했을 때도 해트트릭이라고 한다. 전자의 경우 그 날의 선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기록이지만 후자는 엄연히 다르다. 달성하기가 아주 어렵다. 특히 4년 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이라면 좀처럼 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무려 12년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1996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47) 경희대 교수는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메달을 떠나 올림픽에 단순히 출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커리어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빙속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32ㆍ네덜란드)가 11일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 종목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30대에 접어들며 전성기 나이를 지나친 크라머르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기록(6분10초76)을 정확히 1초나 앞당겼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정상에 올랐던 크라머르는 평창에서 마침내 올림픽 해트트릭의 왕관을 썼다. 남자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단일 종목 올림픽 3연패를 이룬 것은 크라머르가 처음이다. 400m 길이의 링크를 12번 반이나 도는 5,000m는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
이상화/사진=OSEN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크라머르 이외에도 올림픽 3연패(해트트릭)에 도전장을 내건 이들이 있지만 속속 무릎을 꿇고 말았다. ‘루지 황제’로 불리는 펠릭스 로흐(29ㆍ독일)는 11일 데이비드 글라이셔(24ㆍ오스트리아)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5위로 추락했다. 1∼3차 주행 합계 1위를 기록한 로흐는 금메달을 쉽게 따내는가 싶었으나 마지막 4차 시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악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9번 커브에서 발을 끌었고 결국 썰매가 미끄러지면서 날이 옆으로 틀어진 채 10번, 11번 커브를 통과했다. 로흐의 4차 시기는 19위로 추락했고 최종 성적도 5위로 내려 앉았다.
크로스컨트리 3연패를 노린 마리트 비에르겐(37ㆍ노르웨이)도 10일 샬롯 칼라(31ㆍ스웨덴)에 밀렸다. 비에르겐은 총 15km의 레이스 구간 중 11.25km까지 무난하게 선두로 질주했지만 기회를 엿보던 칼라가 이후 매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오르막에서 스퍼트를 낸 칼라는 마지막 1.5㎞를 독주 레이스로 장식하며 비에르겐에 10초 가까이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에르겐은 은메달에 그쳤다. 이 둘은 모두 해당 종목에서 아직까지 황제로 통하는 세계 1인자이지만 세월의 한계 탓인지 올림픽 3연패에는 좌절했다. 그만큼 도달하기 어려운 업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기록에 도전할 한 태극낭자가 올림픽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가 18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역대 500m 3연패는 보니 블레어(54ㆍ미국ㆍ1988-1992-1994)가 유일하다. 아시아 최초를 넘어 세계적인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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