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등 공식 반응 자제
물밑서 북미 화해 분위기 조성
내부선 회담 의제 조율하는 듯
여야 대표단 초청 성과 설명 검토
청와대는 13일 대북 특사 파견 등 제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후속 조치에 대해 말을 아끼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미국이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뜻을 밝히며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지만, 일단은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신중을 거듭하겠다는 의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미국도 남북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북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고 짧은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라고 표현한 만큼 금지옥엽 같은 그 기회가 혹여라도 탈이 날까 봐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떼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특사 파견,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남북정상회담 연내 추진 등 사안 하나하나가 휘발성이 강한 이슈인 만큼 설익은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북미 화해 분위기 조성에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핫라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남북대화라는 두 가지 큰 모멘텀이 작용하며 미국의 태도와 입장이 우리와 많이 가까워지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악관 논의가 무르익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내부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앞서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 없다”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된다”고 남북정상회담의 원칙을 제시한 만큼 이에 부합하는 현안을 사전에 점검할 전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과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급박하게 이뤄진 탓에 구체적 입장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탓도 크다.
문 대통령이 여건 조성을 끝낸 후 연내 정상회담 추진 등 과감한 카드를 던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지가 확인됐고 미국도 전향적 입장을 보일 경우 주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또 여야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북한 대표단 접견 성과를 알리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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