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편의점주 근무환경 조사
평균 노동시간 주당 65.7시간
일반 자영업자보다 36% 더 많아
가맹본부가 영업지역 침해까지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어 본사에 명절당일 휴업을 요청했다. 그러나 휴업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회사의 답변에 A씨는 부득이 편의점 영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지역 편의점주 40%가 연중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주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65.7시간으로 다른 자영업자의 평균 근무시간 48.3시간 보다 36%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13일 5대 편의점 점주 951명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365일 24시간 점포를 운영해야 하는 점주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일반 자영업자보다 17.4시간 많았다고 밝혔다. 매주 90시간 이상 일한다는 점주는 13.8%였고, 편의점주가 쉬는 날은 월평균 2.4일에 불과했다. 심지어 37.9%는 쉬는 날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특히 평균 식사시간이 15.6분에 불과할 정도로 기형적인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어 건강 이상 증세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기 질환 증세가 있다는 점주가 57%로 가장 많았고, 관절질환 44.5%, 디스크 질환 34.8%, 불면증 29.3%, 우울증 22.5% 순이었다.
편의점주는 ‘365일 24시간 의무영업’을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2.3%가 지난해 추석 연휴에도 영업을 하는 등 명절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86.9%는 명절 당일이라도 자유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5.7%가 편의점의 명절 자율휴무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 자율휴무제에도 71.4%가 찬성했다.
서울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을 수립·배포하고 법령 개정을 건의해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또 편의점주에 대한 영업지역 보호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감시할 계획이다.
가맹사업법상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기간 중 점주의 영업지역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맹본부는 편의점주에게 출점 동의서를 받아가는 방식으로 가까운 곳에 새로운 편의점을 내고 있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일부 편의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매출이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주의 영업지역 내에 추가 매장을 내는 과정에서 가맹본부의 부당한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사례를 공정위에 조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는 전국 대형마트ㆍ백화점ㆍ면세점ㆍ편의점 노동자들과 연대해 “명절 당일만큼은 쉴 수 있게 해달라”며 의무휴일 지정ㆍ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형마트ㆍ백화점ㆍ면세점의 명절 당일 의무휴일 지정 ▦시내 면세점 월 1일, 백화점ㆍ대형마트 월 4일 의무휴일 확대 및 영업시간 제한 ▦편의점ㆍ가맹점 명절 당일 자율영업 보장 등을 요구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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