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위에 그쳤지만 “다시 도전”
한때 ‘여제(女帝)’를 꿈꿨다. 도달할 것도 같았고 손에 잡힐 듯한 자리까지 다가섰다. 그러나 부상이 그를 내리막길로 끄집어 내렸다. 올해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물 셋인데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운의 스키점프 스타 세라 헨드릭슨(미국) 이야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헨드릭슨은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스키점프 여자 노멀힐 개인 결승 라운드에서 최종 점수 160.6에 그치며 종합 19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을 딴 마렌 룬드비(노르웨이)보다 20m 가까이 비행거리가 모자란 것에서 보듯 메달권 기량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헨드릭슨은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고 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는 “6번의 무릎 수술도 세라 헨드릭슨을 막을 순 없었다”고 소개했다.
헨드릭슨은 과거 여자 스키점프 최강자였다. 2013년 3월까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여자 최다승인 13승을 거뒀다. 당시 그의 나이는 18세에 불과했다. 현재 통산 최다승(53회)을 거두고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다카나시 사라(23ㆍ일본)도 당시엔 9승에 머물러 있었다. 첫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스키점프에서 헨드릭슨이 금메달 후보 1순위에 꼽힌 것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소치 올림픽을 6개월 앞두고 전방십자인대와 내측부인대가 찢어져 각각 수술을 받았다. 가까스로 회복해 소치 올림픽에 나갔지만 21위에 그쳤다. 첫 여자 스키 올림픽 챔피언 타이틀을 허무하게 놓치고 절치부심했으나 한번 다친 그의 무릎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소치 이후 4년 동안 헨드릭슨은 다시 네 차례나 무릎에 칼을 대야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은퇴를 선택했을 수도 있을 법한데도 헨드릭슨은 “스키점프는 내가 무엇보다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평창 올림픽에도 참가했다.
이젠 모두가 헨드릭슨이 은퇴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그의 열정은 아직도 뜨겁다. 헨드릭슨은 SI에 “앞으로 두 번의 월드컵에 출전한 후 내 미래 계획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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