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탐문조사까지 벌이고도
눈앞에서 놓쳐 초동수사 허술
“안양역 인근 위치 추적” 공개 수배
행방이 묘연한 제주 20대 여성 관광객 살인 용의자인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에도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돼 경찰의 초동 수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제주지검과 제주동부경찰서 등은 홀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 A(26ㆍ여ㆍ울산)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정민(32)씨가 지난해 7월에도 A씨가 묵었던 제주시 구좌읍 모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에 취한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성폭행을 하려다 준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실종신고 접수 직후 한씨를 대상으로 탐문조사까지 벌였지만 범죄 연계 가능성을 소홀히 해 한씨가 성범죄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눈 앞에서 용의자를 놓친 셈이 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오전 10시45분쯤 A씨의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한 후 A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탐문에 들어가, 같은 날 오후 2시쯤 A씨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해 한씨를 만났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한씨에게 A씨가 나간 시간과 들어온 시간, 차량을 타고 왔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만 질문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4시50분쯤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서 A씨가 타고 온 렌터카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탐문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한씨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3시간여가 지난 같은 날 오후 8시35분쯤 제주공항에서 김포행 항공기를 타고 유유히 제주를 빠져 나갔다. 경찰은 뒤늦게 한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결국 경찰은 이날 한씨를 검거하기 위해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숨진 A씨는 지난 7일 오전에 혼자 제주를 찾은 후 렌터카를 빌려 관광을 하다 같은 날 오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 이어 저녁에 다른 투숙객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후 방으로 들어갔고, 8일 새벽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당초 지난 9일 오후 5시30분 항공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11일 오후 12시20분쯤 투숙했던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 폐가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를 만날 당시에는 A씨의 실종신고에 대한 탐문조사 단계였고, 이후 수사로 전환된 후 한씨가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라며 “경기 안양시 안양역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한씨의 휴대전화 위치가 추적됐지만, 또 다른 지방으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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