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실사 거쳐 지원 여부 판단
“공식요청 없어… 미리 행동 안할 것”
한국지엠(GM)이 5월부터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정부는 “매우 유감”이라며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군산공장 폐쇄가 가져올 수 있는 지역경제 침체 및 내수 경기의 부작용을 우려해 GM에 강력한 불만의 뜻을 전달하면서도 GM에 대한 지원의 여지는 남겼다.
갑자기 ‘군산공장 폐쇄’라는 날벼락을 맞은 정부는 13일 내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정부는 “금융지원 등 후속대책을 GM측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때문에 전날 GM이 공장폐쇄를 구두로 통보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산업통자원부 차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산업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 긴급회의를 열었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생산 중단 및 폐쇄를 결정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GM의 지난 수년간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GM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GM본사에 이어 한국GM의 제2대 주주(지분 17.02%)인 산업은행도 일단은 추가 증자 등 지원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GM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증자 요청을 해오지 않아 우리도 언론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요구도 없는 상태에서 미리 어떤 행동을 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GM이 연구개발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회사의 회계처리 방식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GM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GM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실사를 진행해 실사 결과를 보고 지원 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GM 측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외부기관에 한국GM 실사를 맡기기로 했다.
GM의 일방적 처사가 괘씸함에도 정부가 마냥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군산공장 폐쇄가 전체 고용시장에 미칠 충격 때문이다. 만약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실제로 강행한다면 당장 여기서만 2,000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 여파는 전체 고용시장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고용시장이 이미 경색된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장 정리해고 등의 변수가 터진다면 제조업은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이상의 충격파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산은 역시 “증자 요청이 오면 독자 생존가능성이 있는지,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는 태도다.
산은은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분에 참여해, 한국GM의 경영전략에 대한 거부권(비토권)을 15년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비토권의 유효기간이 지난해 10월 이미 끝나, 현재로선 GM 측이 생산물량과 인력운용 등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을 막을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