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디젤게이트의 후폭풍은 계속 이어졌고, 폭스바겐의 시장 복귀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많이 지체된 후로 조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복귀한 폭스바겐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또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주력 모델 출시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선봉장으로는 컴팩트 SUV, 티구안의 신형 모델과 혈통 상으로는 CC의 계보를 잇는 프리미엄 4도어 쿠페 ‘아테온’이 낙점되었다.
스스로 4도어 스포츠 그란투스리모를 자처하는 아테온은 과연 어떤 매력,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2017년 11월, 독일에서 아테온을 만났다.
‘니어 프리미엄’을 향한 폭스바겐의 의지
폭스바겐 아테온의 시승을 위해 독일 아우토슈타트에서 아테온을 만났다. 아테온과의 첫 인상은 꽤 인상적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폭스바겐이 ‘니어 프리미엄’을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기존 CC의 계보를 계승하고 또 발전시킨 아테온이라는 존재는 A필러부터 C필러까지 길게 이어지는, 그리고 유려한 실루엣을 자랑했다. 4,862mm의 전장과 1,871mm의 전폭과 1,427mm의 전고는 기존의 CC보다 한층 여유로운 감성을 자아내며 또한 2,841mm의 휠베이스까지 더해져 더욱 여유로운 감성을 완성했다.
디자인 역시 발전한 모습이다. 지난 2년 동안 어쩌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폭스바겐의 흐름 중에서도 가장 다이내믹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담은 차량이 바로 이 아테온이다. 명료하고 날카로운 실루엣의 헤드라이트와 전폭을 강조한 프론트 그릴, 그리고 R 라인의 스포티함이 더해져 시각적인 감성을 만족시켰다.
측면은 R 라인을 위한 전용 휠과 디테일이 더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우디 A7의 그것보다 더욱 매력적인 후륜 펜더의 볼륨 라인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차량의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내는 ‘디자이너의 킥’처럼 느껴졌다.
다만 후면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충만하고 또 나름의 균형감이 돋보이는 구성으로 디자인 방향성은 당위성을 말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감성이 ‘폭스바겐의 것’이라는 느낌이 아닌 아우디의 감성이 느껴졌다. 특히 다이내믹 턴 시그널은 아우디의 감성을 더 강조하는 포인트였다.
계승되는 폭스바겐 세단이 가진 여유
아테온의 실내 공간은 지금까지 계승되어 오던 폭스바겐 세단이 가진 여유와 감성을 그대로 계승, 발전하는 모습이다.
파사트의 센터페시아를 떠오르게 하는 깔끔한 디자인의 대시보드는 이전의 센터페시아에 적용되던 버튼 및 조그 다이얼 등을 과감히 제거해 마치 고성능 태블릿 PC가 자리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대시보드 상단에는 아우디 Q7에서 선보이며 ‘에어밴트의 연장’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디테일이 에어밴트와 이어지며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했다.
계기판의 경우에는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해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했는데 다만 너무나 화려한 디테일과 컬러감, 그리고 정보의 배분 등에서 ‘과욕’이 느껴지며 원하는 정도를 빠르게 캐치하지 못하는 장면이 있었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R 라인 모델이었던 만큼 R 엠블럼이 더해진 D컷 스티어링 휠을 더해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했다.
인포테인먼트 기능에 대해서는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빠르고 뛰어난 작동성과 다양한 기능이 돋보였다. 특히 다인오디오의 사운드 시스템이 추가로 더해지며 이런 다양한 기능에 감성적인 만족감까지 더하며 ‘니어 프리미엄’의 감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당당함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실내 공간은 확실히 크고 길어진 차체의 영향을 받아 한층 쾌적하다. 비교적 낮은 시트의 포지션이나 쿠션감이 느껴지는 R 라인 시트가 더해져 한층 여유가 느껴지게 되었고 기본적인 레그룸과 헤드룸이 좋았다. 다만 차량의 특성 상 루프가 낮아 전방, 특히 상단 부분의 시야가 다소 좁게 느껴지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대목이었다.
한편 2열 공간은 길어난 휠베이스의 부산물로서 그 경쟁력이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패키징을 가지고 있어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공간이 마련되었으며 장거리 주행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쿠션감각이 전해진다. 걱정 중 하나는 실루엣 덕에 헤드룸이 부족할 것 같다는 점이었는데 막상 2열 시트에 앉으니 그도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적재 공간은 여유롭다. 뒷유리와 트렁크 게이트가 하나로 이어진 해치백, 스포트백 타입이라 기본적인 적재 공간이 상당히 넓었다. 실제 시승을 할 때에는 24인치 여행용 캐리어 두 개를 넣고도 충분한 공간이 남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2열 시트를 접을 때에는 최대 1,557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추가적인 효용성도 기대가 가능했다,
280마력을 내는 2.0L TSI 엔진의 심장
시승 차량으로 마련되었던 아테온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280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내는 2.0L TSI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아테온의 엔진 라인업 중 최상위 등급의 엔진으로 기존 CC V6를 대체하는 존재다. 물론 출력과 수치를 듣는 순간 아무래도 국내에 도입되지 않을 사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280마력의 2.0L TSI 엔진은 7단 DSG 변속기를 거치고 또 4Motion을 통해 네 바퀴로 노면을 박찬다. 유럽 내 연료 효율성을 살펴보면 7.3L/100km, 환산하면 약 리터 당 13.6km로 상당히 우수한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급스럽지만 정체성이 모호한 드라이빙
유려하고 세련된 차체는 초대 CC가 등장했을 때의 그 감흥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감각적으로 한층 발전하고, 또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니어 프리미엄’ 전략이 제대로 구현되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테온이 보여줄 수 있는 드라이빙이 관연 어떤 것인지, 그리고 또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기본적인 정숙성은 우수한 편이었고, 또 진동에 대한 억제 능력도 상당히 좋았다. 게다가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한 탓에 외부의 소음도 능숙하게 차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만족감에 기대를 하며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흔히 폭스바겐이라고 한다면 제법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되는데 아테온은 발진부터 확실히 기존의 폭스바겐과 다른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차량의 무게감이 느껴지고, 이전보다 차분하게 다듬은 엑셀레이터 페달에 대한 반응으로 나긋하면서 여유로운 움직짐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니어 프리미엄 전략으로 향해 가는 폭스바겐의 의지가 담긴 부분으로 느껴졌다. 다만 ‘과연 폭스바겐인가?’ 싶을 정도로 기존의 폭스바겐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두 가지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엔진의 기본적으로는 날카롭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2,000RPM 부근에서 진동이 갑자기 증폭된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변속기나 드라이브 모드를 통해 다듬는 것이 가능해,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강점으로 이어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아테온이 가진 브랜드 내 포지션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고속 주행으로 이어지면 2.0L 터보 엔진이 고회전 영역에서도 충분히 출력을 이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만 드라이빙 모드가 스포츠이거나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배기 사운드를 스포츠로 설정할 경우 가상 사운드가 더해져 운전자의 감각을 거슬리게 할 정도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변속기에 대해서는 의구심은 전혀 없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도 굉장히 빠른 편이고 스포츠 모드가 아닌 이상에야 불필요한 변속 충격을 주는 일이 없다. 다만 RPM의 여유가 없을 때에는 다운 쉬프팅 상황에서 시각적인 변속기 실제적인 변속이 유격이 크게 느껴져 전반적으로 우아한 감성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차량의 움직임은 가장 먼저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상당히 경쾌한 편이라는 점이다. 차량의 무게도 그리 무거운 편이 아닌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차량의 움직임이 상당히 편하게 세팅되어 있다. 물론 노면에 대한 정보나 피드백은 스포츠 모드로 갈수록 상당히 명확한 편이라, 스티어링 휠이 가벼운 점만 뺀다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선보인다.
전반적인 움직임에 있어서는 한층 고급스러운 감성을 지향한 모습이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감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넉넉한 포용력을 과시하는 셋업으로 ‘컴포트한 대형 세단’의 감성을 녹여내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능숙하지 않은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물론 스포츠 모드로 드라이빙을 바꾸게 되면 차량은 조금 더 직관적이로 깔끔해진다. 노면의 충격을 어느 정도 걸러주던 서스펜션은 어느새 노면의 정보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며 운전자를 집중하게 만든다. 빠른 속도로 서스펜션의 댐핑 및 반응을 바꿀 수 있는 DCC를 조작했을 때에는 컴포트부터 스포티한 영역까지 폭 넓은 설정이 가능한 점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었다. 윈터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하더라도 DCC를 스포츠 쪽으로 많이 옮길 경우 노면의 연이은 충격을 제어하기 보다는 ‘중첩시켜’ 전달하는 모습으로 운전자 및 탑승자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전달하고, 배가 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자는 완전한 스포츠 타입보다는 컴포트와 스포츠의 경계에서 타협하는 설정을 가져갔다.
덧붙여 브레이크의 셋업은 상당히 균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의 폭스바겐이라면 페달 조작 초반에 많은 제동력이 쏠려 작은 조작에도 차량의 움직임이 커지는 모습이었는데 아테온의 경우에는 그러지 않고, 한층 고급스러운 감성을 제시해 더욱 포용성 있는 차량이 되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점: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공간, 그리고 포용력을 가진 드라이빙
안좋은점: 어딘가 어색한 드라이빙 감각
폭스바겐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 아테온
아테온을 시승하면서 느낀 점은 ‘아테온은 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겼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 명확한 자신감이나 신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CC나 파사트에 비한다면 ‘니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답게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성격이나 어떤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의 영역에서는 다소 부족했다는 느껴졌다.
하지만 강점도 명확했다. 더욱 고급스러운 감성이 돋보이고 실내 공간의 만족감도 높았다. 차체에 대한 만족도나 전반적인 ‘구성’은 정말 이상적이고, 매력적인 존재였다는 점이다. 아마 조금 더 연마를 하고, 캐릭터를 부여한다면 정말 매력적인 존재가 될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