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비밀접 접촉자 요청 안해”
복지부 “수차례 구두명령” 당혹
600억원대 손실 보상금이 걸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소송에서 환자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보건복지부의 명령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서울병원측은 “정부의 명령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대국민 사과를 하긴 했지만, 이는 도의적 책임에 대한 것이었을 뿐 법적 책임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였던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아 감염 피해를 키웠다며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 조치의 결과로 발생한 손실보상금 607억원을 보전해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병원 측은 손실보상금 미지급과, 그 근거가 된 과징금(806만원) 부과 결정을 취소하라며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 당시 병원 측은 “손실보상금을 전액 다 못 받을 정도로 우리가 잘못을 했는지 법원을 통해 다시 밝혀 보고자 한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8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 원고(삼성서울병원) 측 대리인이 한 발언과 법정에서 공개된 소장 내용을 종합하면 “2016년 6월2일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비(非)밀접 접촉자의 연락처 명단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 병원 측의 핵심 주장이다. 14번 환자와 접촉 정도가 비교적 약했던 비밀접 접촉자 명단까지 제출하라는 명령을 명시적으로 받은 게 아니어서 명령 위반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법적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소송 제기 당시보다 한층 강경해진 태도다.
복지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피고(복지부 장관)측 대리인은 “병원 측이 전체 접촉자 678명 중 밀접 접촉자 117명의 명단만 제출하고 나머지 561명 명단은 제출을 거부해 이후 역학조사관들이 나머지 명단을 제출하라고 수차례 구두 명령을 했다”고 말했다. 비밀접 접촉자한테까지 보건당국이 전화를 하면 환자와 방문객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전체 명단 작성을 완료하고도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이후인 6월 2일까지 제출을 미뤘을 거라고 복지부 측은 추정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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