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얼마 안 지나 아내는 한국행
같이 있었던 시간 1년도 채 안돼
응원 위해 장인ㆍ장모와 강릉으로
“사람들이 아내 알아보는 게 신기”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없다. 님을 응원하기 위해 하던 일 내팽개치고 태평양을 건넜다. 장모ㆍ장인도 모시고 왔다. 8-0, 아니 10-0으로 져도 상관없다. 내 눈에는 그녀가 세계 최고다. 아이스하키 코리아 대표팀 박윤정(26)의 동갑내기 남편 브렛 로넨(미국) 이야기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로넨은 박윤정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9일 장인ㆍ장모와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함께 묵으며 매일 하키 경기를 챙겨 보는 로넨은 1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한나(박윤정의 동생ㆍ미국 대표팀)가 ‘셀럽’인데, 한국에 오니 정 반대”라며 “한국 사람들이 내 아내를 알아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박윤정-로넨 부부는 대학 시절인 2013년 연애를 시작해 2016년 6월 결혼식을 올렸다. 꿀 떨어지는 신혼생활 보낼 생각에 잔뜩 부풀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박윤정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신혼집을 떠나 있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윤정은 2015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 대표팀 제안을 받았고 2016년 6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로넨은 “결혼 생활이 2년 가까이 되는데 실제로 같이 있었던 시간은 1년도 안 돼요”라고 울상을 지었다.
그래서 둘 사이는 더욱 각별하다. 매일 전화기 붙들고 사랑을 속삭인다. 장모 로빈 브랜트가 “싸우는 소리 밖에 못 들었다”고 핀잔을 주자 로넨은 “전화하면서 안 싸우는 커플이 어디 있나요”라고 둘러댔다. 그는 연애 시절 박윤정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시로 써서 청혼 할 정도로 순정파다. 로넨은 “한국에 오면 그리운 아내 얼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너무 바빠서 볼 틈도 없네요”라고 말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오랜 ‘롱디(장거리 커플)’ 생활에 지쳐 있을 터, 박윤정이 한국에서 계속 뛰겠다고 하면 어쩌냐고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라고 해야죠”라며 오히려 눈을 반짝인다. 그러면 계속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제가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따라 오면 돼요”라고 활짝 웃었다.
강릉=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