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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레이스’ 노선영 “하늘에 있는 동생도 만족할 것”

입력
2018.02.12 22: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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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이 12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이 12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2위, 2010년 밴쿠버 30위, 2014년 소치 29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29)이 지난 3번의 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거둔 성적이다. 그의 올 시즌 이 종목 월드컵 랭킹은 40위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목표가 메달이라면 노선영이 2018년 평창에서 펼친 경기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12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어떤 메달 획득보다 값진 레이스를 펼쳤다. 1분58초75로 14위에 그쳤지만 그의 역주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노선영은 조금 긴장한 듯했다. 총성이 울리기 전에 움직이는 실수를 범했다. 막상 레이스가 시작하자 홈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가 평창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선영은 2014년 소치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상 처음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로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동생 고(故) 노진규를 대신해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각오였다. 한국 쇼트트랙의 황금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진규는 소치올림픽을 앞둔 2014년 1월 훈련 도중 악성 종양을 발견했고 투병생활 끝에 결국 2016년 4월 3일 눈을 감았다.

평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던 노선영의 꿈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이없는 착오로 물거품이 될 뻔했다. 빙상연맹은 노선영의 주 종목인 팀 추월 선수들이 개별 종목 출전권 없이 기준기록만 충족해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다가 뒤늦게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노선영은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다행히 러시아 선수 일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출전 승인을 받지 못해 노선영이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노선영은 지난 4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뒤 인터뷰도 거절한 채 묵묵히 훈련에만 집중했다. 특히 올림픽에 못 나가는 줄 알고 훈련하지 않았던 1주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날 결승선을 통과한 그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노선영은 “1주일 동안 운동을 못한 것 때문에 기록은 성에 차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어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늘에 있는 동생도 만족스러워할 것 같다”고 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는 꾹 참았다. 17세 때부터 출전한 올림픽의 의미를 묻자 “4번의 올림픽에 나갔다는 것에 자부심이 크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노선영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팀 동료 김보름(25), 박지우(20)와 함께 오는 19일 팀 추월에 나선다.

한편, 여자 1500m에서는 네덜란드 이레인 뷔스트(32ㆍ1분54초35)가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의 다카기 미호(24ㆍ1분54초55)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10일 여자 3,000m와 11일 남자 5,000m에 이어 3일 연속 금메달을 독식하며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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