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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책임 있는 자세로 ‘한반도 안전 운전’에 협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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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책임 있는 자세로 ‘한반도 안전 운전’에 협조해야

입력
2018.02.12 19: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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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장을 받아 들고 정상회담 로드맵을 가동하면서다. 하지만 북미대화의 정류장을 거쳐 정상회담까지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할 리 없다. 도중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최대 난코스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로 협조하지 않고서는 쉬이 넘을 수 없는 고비다.

청와대는 북미대화 없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여건 조성’에 돌입했다. 조만간 최고위급 외교· 안보라인을 동원해 미국과 중국에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남북 모두를 향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설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미국과의 소통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국제 공조를 충실히 이행하되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가 별개가 아니라는 공동 인식에 따라 북미대화 의제로 북한 비핵화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한 미국의 공을 평가하면서 북미대화를 설득하는 중재 외교의 지혜가 절실하다.

미국의 미세한 입장 변화 조짐도 주목된다. 펜스 부통령이 대북 압박정책을 지속하는 조건하에서 미국도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율 속에 나온 입장이라는 보도여서 더욱 눈길이 간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에서 포괄적 해상 차단을 포함한 초고강도 대북제재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가 함께 나오는 마당이어서 양동작전이라는 의심 또한 지울 수 없다.

미국의 입장 변화와 무관하게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다. 정상회담의 공을 남측에 넘기면서 사실상 한반도 정세의 방향타를 문 대통령에게 맡긴 이상, 한국 정부의 입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핵심 변수라고 판단하는 북미대화 테이블에 비핵화 문제가 올라야만 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통일부는 이미 11일 북한 대표단의 방남 관련 설명자료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의 주도적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비핵화 과정에서 일정한 진전이 이뤄지는 등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관계에서 본격적 진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을 3일에 걸쳐 4번씩 만나는 동안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향후 남북 접촉에서 비핵화 문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정부는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포석의 후속 조치로 대북 특사 파견과 고위급회담 제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지만 북미대화 등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특사 파견마저 주저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북미대화의 핵심 의제가 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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