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닌 즐기는 야외 활동” 권장
크로스컨트리서 따낸 金만 40개
눈 쌓인 언덕 많아 스키 일상화
‘아이 첫발 떼면 태운다’ 격언도
11일 오후 8시 강원 평창군 메달플라자 국기 게양대에는 빨간 바탕에 흰 테두리를 한 남색 십자가 모양의 국기 세 개가 나란히 올라갔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30㎞ 스키애슬론 경기에서 금ㆍ은ㆍ동메달을 싹쓸이한 노르웨이 국기였다. 스키 강국 노르웨이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10일 여자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 경기에서는 스웨덴이 노르웨이를 꺾고 금메달을 따자 ‘이변’, ‘반란’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노르웨이에서 스키는 한국에서 쇼트트랙과 비슷하다. 잘하는 게 당연한 ‘효자 종목’이다. 실제로 노르웨이가 2014년까지 참가한 22번의 동계올림픽에서 노르딕 스키(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노르딕 복합, 바이애슬론)로 따낸 금메달(77개)은 전체 금메달(118개)의 65%에 달한다. 특히 크로스컨트리 한 종목에서만 40개의 금메달이 나왔을 정도다.
눈이 많이 내리고 언덕이 많은 노르웨이에서 스키는 일상이다. ‘아이가 첫 발을 떼면 노르웨이 부모는 아이 발에 스키를 신긴다’, ‘노르웨이 사람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스키를 가르친다. 눈이 녹는 여름에도 바퀴가 달린 ‘롤러 스키’를 탄다. 크로스컨트리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도 흔해 어디서든 24시간 스키를 즐길 수 있고, 겨울이 되면 집 주변 구릉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스키가 주요 이동 수단이었던 탓에 자연스럽게 생활스포츠로 발전한 것이다.
노르웨이에는 ‘프리루프트슬리프(Friluftslivㆍ야외활동을 즐기다)’라는 말이 퍼져 있는데, 이처럼 야외활동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스키강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노르웨이 학교에서는 스키를 경쟁해야 하는 스포츠가 아닌 함께 즐기는 야외 활동으로 권장하기 위해 11살이 되기 전까지 상을 공평하게 준다. 겨울 자연환경이 비슷한 스웨덴은 인구가 두 배 이상임에도 스키 종목 성적이 노르웨이에 한참 못 미치는데, 이 나라에서는 아이스하키나 테니스 등 실내 활동을 권장한다.
올림픽 스포츠에서 스키 역사의 상당부분은 노르웨이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67년 노르웨이에서 군인들이 스키를 신고 설원 위를 달리는 대회를 개최한 것이 크로스컨트리의 시초다. 1924년 첫 동계올림픽이 시작될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크로스컨트리에는 동계 종목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메달인 12개가 걸려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첫 금메달과 마지막(102번째) 금메달 모두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나온다.
크로스컨트리 한국 대표 김 마그너스(20)도 노르웨이의 ‘스키 DNA’를 타고 난 경우다. 노르웨이인 아버지를 둔 김마그너스는 어린 시절 노르웨이에서 자라며 스키에 두각을 나타냈다. “노르웨이에선 스키 타고 학교에 다녔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스키와 친숙하던 그는 2015년 ‘어머니의 나라’에서 국가대표가 되기로 결정, 13일 오후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