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료 메드베데바와 싱글 퀸 경쟁 기대감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알리나 자기토바(16)가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만점 연기를 펼치며 자국 동료이자 ‘피겨 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와 ‘세기의 집안 싸움’을 예고했다.
1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 우승 팀은 73점을 얻은 캐나다였다. 2014년 소치올림픽 우승 팀 OAR은 66점에 그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팀 이벤트는 10개국이 겨루는 단체전으로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순위에 따른 점수를 합산해 우승 팀을 결정한다.
그러나 경기 뒤 가장 주목 받은 건 우승 팀 캐나다 선수들이 아니라 자기토바였다. OAR의 여자 싱글 프리 주자로 나선 자기토바는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레온 밍쿠스의 ‘돈키호테’에 맞춰 연기한 그는 7개의 점프 과제를 모두 가산점이 붙는 후반에 배치했는데 고난도 점프를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깔끔하게 성공했다. 기술점수 83.06점, 예술점수 75.02점을 합쳐 158.08점으로 5명의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선수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우승했을 때 기록한 157.97점을 뛰어넘은 개인 최고점이다. 그러나 메드베데바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최고기록 160.46점에는 조금 못 미쳤다.
자기토바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팀 이벤트는 처음이라 매우 긴장했다. 그러나 오늘 경기는 내게도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것 같다”며 “몇 가지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앞으로 고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날인 11일 OAR 여자 싱글 대표로 쇼트 연기를 펼쳐 81.06점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메드베데바는 이날 응원석에서 자기토바를 응원했다. 후배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 긴장한 듯 두 손을 모았고 고난도 점프에 성공하자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연기를 마친 자기토바 점수가 나오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오는 21일 여자 싱글 개인전에선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한다.
이번 시즌 시니어에 데뷔한 자기토바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3,5차 대회와 파이널을 잇달아 석권했다. 지난 달 유럽선수권에서도 자기토바는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한 스케이팅을 했다’는 평가 속에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우승해 평창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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