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서 산업부 주최 첫 대회
기업, 연구소, 대학 등 8개 팀 참가
18초로 통과한 태권브이 1등
깃발 인식, 자세 제어 등 숙제로
1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 슬로프에서 세계 처음으로 스키 로봇 대회가 열렸다. 스키 장비를 갖춘 사람 모습의 스키 로봇 8개가 차례로 출발선에 섰다. 알파인 스키 종목 중 활강 속도와 회전기술을 겨루는 ‘대회전’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기문 5개를 통과한 점수와 시간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그러나 80m의 활강 거리 내에 설치된 기문들이 매서운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 영하의 기온에 눈도 얼어 경기장은 더욱 미끄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기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스키 로봇들이 폭 20m의 경기장을 이탈하거나, 미끄러지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넘어지는 일이 속속 이어졌다. 로봇 스스로 기문을 인식해 회전하고 속도를 조절해 결승점까지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참가한 8개 팀에선 안타까운 한숨이 묻어 나왔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가장 빨리 통과한 로봇은 ㈜미니로봇의 ‘태권브이’(18초ㆍ최고 기록)였다. 태권브이는 1~3차 시도 중 1ㆍ3차에서 기문 5개를 모두 통과했다. 2차 시도에선 출발선 10m 아래 있는 1차 기문을 통과한 이후 경기장을 이탈했다. 태권브이는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기문 깃발의 색깔을 인식하는데, 기문이 크게 흔들리자 인식 오류로 오작동을 한 것이다. 이석민 미니로봇 이사는 “경기장을 이탈했을 때는 정말 당황했다”며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거 같다”고 말했다. 태권브이(몸무게 12㎏ㆍ신장 70㎝)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8종의 로봇 중 크기가 가장 작다.
2등은 태권브이와 함께 유일하게 5개 기문을 모두 통과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스키로(SKIRO)’가 차지했다. 스키로는 22.25초 만에 기문들을 모두 통과했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쓰는 시각 센서를 이용해 기문 인식 정확성을 높였다. 몸무게 15㎏, 신장은 80㎝로 대회 참가 로봇 중 몸집이 두 번째로 작다. 참가 로봇 중 가장 큰 로봇은 서울과학기술대의 루돌프(몸무게 60㎏ㆍ신장 140㎝)다. 3등은 2개 기문만 통과한 국민대의 스키 로봇 RoK-2(기록 15.46초)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로봇산업진흥원ㆍ산업기술평가관리원 주관으로 열렸다. 로봇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는 이미 다양하지만, 스키를 타는 로봇이 모여 경쟁을 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능형 휴머노이드, 정밀제어 등 최신 로봇 기술개발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석민 이사는 “태권브이의 기능을 확장해 구기 종목이나 권투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