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평창 이후’ 후속조치 착수
대화테이블 앉히기 외교력 집중
北 설득하고 美 의중 파악 나서
이산가족ㆍ문화 낮은단계 교류로
‘여건 조성’까지 대화 연속성 유지
보류한 인도적 지원은 속도낼 듯
고위급 대표단 방남을 통해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한 정부는 ‘평창 이후’를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남북 정상 간 대화의 선결 조건이 될 북미대화 주선에 외교력을 모으는 한편, 비교적 논란이 적은 문화ㆍ체육 분야 교류와 인도적 지원 재개를 통해 남북대화 연속성을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관계는 남북만 속도를 내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10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북 초청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 입장에선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게 최우선 과제다. ‘여건 조성’ 전까지 정부는 북미대화 추이를 지켜보는 동시에 남북 고위급 회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참가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북 압박을 지속하되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지를 시사했다는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 보도도 주목된다. 평창올림픽 기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조우하는 것조차 피했던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관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돼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도 한층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한미 협의 채널을 통해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확인하는 한편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북미대화 중재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비핵화 논의에 앞서 정부는 낮은 단계의 교류를 통해 남북대화의 연속성도 유지해갈 계획이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협의 등이 우선 거론된다. 삼지연관현악단 방남을 계기로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크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1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오찬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평양에서 공연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의했다. 또 “체육ㆍ문화ㆍ예술 분야에서 남북 간 교류가 필요하다”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경평축구를 다시 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화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은 날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나 경평축구 부활, 전국체전 참가 등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감정적 골이 깊었던 남북관계를 메워가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체육ㆍ문화교류가 적격이어서 정부의 추진 방향이 주목된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으나 아직 집행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심화로 지원 적절성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공여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여론 추이를 살피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지원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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