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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빅데이터 개인정보와 네거티브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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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빅데이터 개인정보와 네거티브 규제

입력
2018.02.12 14:3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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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적기 조례와 독일의 아우토반은 각각 잘못된 규제의 폐해와 규제완화의 효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19세기 후반 증기자동차를 처음으로 선보이고 상용화에도 앞섰던 영국은 마부들의 일자리 보호를 목적으로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붉은 깃발법(적기 조례)’이라는 규제를 만들었다. 자동차의 원래 성능보다 속도를 크게 제한하고 마차가 55m 전방에서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게 만들었다. 이 어이없는 규제로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쇠락해 간다. 대신 아우토반을 만들어 속도제한을 없애는 등 규제를 완화한 독일로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가게 된다.

신기술이 시장에 도입되면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성장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도 안전성 논란, 해킹 위험 등 보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이 있다고 해서 이 기술발전의 도도한 흐름을 강경 규제로 제어하기만 해서야 새로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세계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미국 기업 테슬라가 회사 설립 15년 만에 100여 년 전통의 포드 자동차와 GM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성과를 낸 데도 미국 정부의 적극적 규제완화가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빅데이터도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부를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글로벌 빅데이터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테크프로리서치'에 의하면 2016년 기준 글로벌 기업의 29%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의 경우 이용률이 5% 수준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발표한 디지털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의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은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공공데이터의 개방도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신제품과 신기술의 경우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일반 원칙만 정하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는 네거티브 규제도 도입키로 했다. 빅데이터의 경우도 사전규제는 대폭 축소하고 식별화 방지 기술을 의무화하는 등 철저한 예방조치를 한 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규제체계가 마련되어도 기존의 빅데이터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허용할 필요가 있다. 공공데이터의 민간 개방도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통계청은 개인정보 침해 없는 데이터 간 연계 및 활용을 위한 플랫폼인 ‘통계빅데이터센터’를 올해 세 곳으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으며, 마이크로데이터 등 공공데이터 개방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거 적기 조례와 같은 우를 범할 수는 없다. 개인정보보호와 빅데이터 활성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네거티브 규제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황수경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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