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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차명계좌' 1500개 육박…금융 대주주로는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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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차명계좌' 1500개 육박…금융 대주주로는 '적격'

입력
2018.02.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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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197개서 292개 추가 발견…지배구조법 시행 전 실명제 위반·조세포탈

박찬대 "이 회장, 삼성증권 사금고화…대주주 적격성에 '의사능력' 포함 추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가 1천5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검사 수사 때 드러난 1천197개에서 약 300개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금융감독원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수조사 결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로써 금감원에 포착된 이 회장 차명계좌는 1천229개로 늘었다.

금감원이 발견한 이 회장 차명계좌들은 1987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2007년까지 개설됐다. 1천229개 중 1천133개가 증권계좌, 나머지 96개가 은행계좌다.

증권계좌가 차명계좌로 주로 쓰인 것은 주식 형태인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며, 여기에 이 회장이 대주주로서 지배하는 삼성증권이 동원됐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실제로 1천133개의 증권계좌 중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918개(81.0%), 신한금융투자 85개, 한국투자증권 65개 등의 순이다. 은행계좌는 우리은행 53개, 하나은행 32개 등이다.

여기에 경찰이 이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밝혀낸 차명계좌 260개를 더하면 총 1천489개다. 260개 역시 증권계좌다. 삼성증권에 대부분 개설됐을 것으로 박 의원은 추정했다.

차명계좌 957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제재받았다. 또 경찰 수사에 따라 이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모두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전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의 대주주로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심사 결과는 최근 금융위원회 보고로 확정됐다. 다음번 적격성 심사는 2년 뒤다.

일부 언론은 의식불명 상태인 이 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사장이 서명한 서류가 제출된 만큼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지만, 외부 법률자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이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올해 추진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에서도 적격성 요건의 소급적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대주주의 범죄가 드러나면 금융회사가 보고해 수시 적격성 심사를 하게 돼 있지만, 경찰이 밝혀낸 이 회장의 혐의는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라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 한계로 이 회장의 적격성을 문제 삼을 수 없게 되자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지배구조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일 성명에서 "(경찰 수사로) 이번에 밝혀진 82억원의 조세포탈은 그대로 벌금형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삼성증권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이 회장과 삼성증권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주주 결격 요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을 추가하고, 대주주의 의사결정능력도 심사 대상에 넣는 등의 내용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특가법은 2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이 유지된 이재용 부회장, 의사결정능력은 이 회장을 각각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98%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되는 '대담함'을 보였다"며 "계열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이용해 차명재산을 운용한 재벌 총수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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