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알쓸신Job]<19> 경단녀 주부를 위한 일자리 포항시 엄마 참손단
경북 포항시의 ‘엄마 참손단’ 사업은 결혼으로 일을 그만둔 40, 50대 주부의 경제 활동을 위해 포항시가 제공하는 시간제 일자리다. 아침에 가족 바라지를 끝낸 주부가 하루 가장 여유 있는 점심 시간 전후 4시간 일한다. 업무도 도서관의 도서 정리, 어린이집 및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보조 등으로 노동 강도가 세지 않다. 허투루 쓸 수 있는 시간에 운동 삼아 일을 하고 적잖은 돈을 벌 수 있어 주부들에게 큰 인기다.
김재희(46ㆍ포항 남구 대잠동)씨는 엄마 참손단 덕을 톡톡히 보는 주부다. 일을 하기 전에는 낮 시간에 TV 드라마를 시청하며 때웠다. 하지만 참손단으로 일자리를 얻고 나서 경제적 여유가 생겼고 자부심도 갖게 됐다.
김씨는 중소기업 직원으로 일했으나 결혼 후 아이들을 돌보느라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이다. 퇴직 후 몇 해 지나지 않아 자녀들이 고학년이 되자 여유가 생겨 구직에 나섰다. 하지만 40대의 나이에 여성이 할 만한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엄마 참손단 사업이 도입된 첫 해부터 3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집 근처 어린이집의 위생 관리를 맡고 있다. 매일 아침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가면 오전 10시쯤 출근해 어린이들이 어지럽힌 책과 교구를 정리하거나 소독한다. 하루 4시간씩 주 5일 일하고 한 달 후 손에 쥐는 임금은 70만원이 넘는다.
김재희씨는 “매일 출근할 곳이 있으니 옷차림이나 건강 등 스스로를 관리하는데도 신경 쓰게 된다”며 “번 돈은 모두 아이들 학원비로 쓰이지만 일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마다 경쟁률 2.5대 1 넘어
반응 좋아 올해 모집인원 늘려
“유발 경제효과 수백억 달해”
김씨처럼 참손단으로 일을 하는 여성들은 경제력이 생긴 것에 가장 만족스러워 한다.
엄마 참손단 사업은 포항시가 지난 2015년 도입했다. 당시 메르스 전염 사태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포항시는 임시로 사업을 추진했다가 호응을 얻자 3년 넘게 진행 중이다.
해마다 모집 경쟁률도 치열하다. 2015년 도입 첫 해 500명 모집에 1,360명이 몰려 2.72대 1의 경쟁률을, 이듬해 2.62대 1, 지난해도 2.57대 1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2.5대 1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신청자가 많다 보니 포항시는 우선 순위를 정했다. 3자녀 이상을 둔 다자녀 여성과 저소득 가정 여성에 먼저 기회를 준다. 한 해 참손단으로 일하면 다음 신청 때 페널티가 주어진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골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대신 자원봉사를 하면 깎인 점수를 만회할 수 있다.
포항시는 참손단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자 올해는 해마다 500명 모집하던 인원을 700명으로 늘렸다. 경북도도 벤치마킹해 ‘아이행복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예산 지원에 나섰다.
권태흠 포항시 여성출산보육과장은 “한해 엄마 참손단에 3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지만 유발 경제 효과는 수백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포항지역 주부들이 더 많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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