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스키 첫 경기 15일로 미뤄
예선ㆍ각국 훈련 취소도 잇따라
이탈리아 선수 “바람에 날아가는 줄”
성적에도 변수로 작용할듯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대회 초반부터 강풍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1일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펼쳐질 예정이던 알파인스키 첫 경기 남자 활강을 강풍 때문에 15일로 연기했다. 15일 예정된 남자 슈퍼 대회전은 하루 뒤로 밀려났고 12일 실시될 알파인 복합 활강 훈련은 전면 취소됐다. 이날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예선은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취소됐다.
국제스키연맹(FIS)에 따르면 이날 최대 시속 72㎞에 달하는 강풍이 강원 일대를 덮쳤다. FIS는 “슬로프가 완전히 폐쇄됐다”고 발표했다. 바람 때문에 곤돌라가 운행을 멈춰 선수뿐 아니라 스태프, 타임키퍼, 심판 그 누구도 경기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앞서 9일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활강 공식훈련에서도 강풍 탓에 선수들은 스타트 지점(해발 1,370m)보다 175m 아래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당시 연습주행에서 1위를 차지한 크리스토프 이너호퍼(34ㆍ이탈리아)는 공동취재구역에서 “바람에 날아가는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스키는 바람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조용제 한국일보 해설위원(국가대표 후보팀 감독)은 “활강속도가 시속 150㎞에 육박하는 종목의 특성상 바람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뒷바람이 심할 경우에는 프리점프 구간에서 60~70m가량 날아가버릴 수 있기 때문에 선수가 매우 위험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에 따르면 경기 중단을 결정하는 풍속 기준은 없으나 경기위원장, 주심, 부심 등 심판진들이 회의를 통해 중단 여부를 정한다. 대안으로 프리점프가 적은 라인을 따로 설정해 경기를 치를 수도 있지만 이날은 이마저 힘들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
날씨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있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심한 안개 때문에 남자 활강 경기가 하루 연기됐고 프리점프 없는 구간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2010 밴쿠버 대회 때는 폭우와 폭설로 인해 활강 경기가 연기됐고, 1998 나가노 대회에서도 폭설과 안개 때문에 활강 경기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조 해설위원은 “날씨에 민감한 종목이라 예비일을 잡아두지만 오늘 같이 심한 바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전날 있었던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결선에서도 바람이 말썽을 부렸다. 초속 6m를 넘나들며 시시각각 바뀌는 강풍으로 인해 결승 라운드가 30분 이상 지연되면서 경기가 자정 넘어 종료된 것. 세계랭킹 1ㆍ2위를 나눠가지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카밀 스토흐(31ㆍ폴란드)와 리하르트 프라이타크(27ㆍ독일)는 각각 4위와 9위에 그쳤다.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보유한 시몬 암만(37ㆍ스위스)은 스타트 지점에 섰다가 경기가 중단되는 일을 4차례 겪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변화무쌍한 바람을 ‘로또’라고 표현했고, 스위스 국영방송 SRF의 해설자 미하엘 슈토이블레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