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총감독과 북한 박철호 감독, 한반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역사적인 ‘올림픽 데뷔전’에서 스위스에 참패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세라 머리(30ㆍ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남북 단일팀은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에 0-8(0-3 0-3 0-2)로 완패했다. 당초 한국은 세계랭킹이 22위, 북한은 25위로 6위인 스위스에 비해 뒤처지는 전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전력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남북 단일팀은 앞서 지난 4일 세계 5위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1-3으로 지면서 평창올림픽에서의 이변 가능성을 엿봤다. 스웨덴보다 랭킹이 낮은 스위스를 상대로는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경기 내용은 예상을 빗나갔다.
관동하키센터 관람석에는 한반도기를 든 관람객들이 많이 보였다. 국내 관람객들은 큰 소리로 환호하며 남북 단일팀의 올림픽 데뷔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안근영(27) MBC 아이스하키 해설위원 역시 “남북 단일팀 경기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이 감격스러워할 것으로 본다. 모두가 꿈꿔온 무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근접 경호없이 일반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VIP를 위한 관람석이 경기장 3층에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1층 일반석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등과 함께 관람했다.
북한 응원단은 문 대통령 바로 앞좌석에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응원단을 비롯해 관람객들과 소탈하게 어울렸고, 링크로 내려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스위스전은 ‘평화 올림픽’의 첫 단추에 가까웠다.
물론 남북 단일팀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남북 단일팀의 수비진은 체격이 큰 스위스 선수의 빠른 압박에 고전했다. 퍽을 제대로 걷어내는 데도 애를 먹었다. 문전 앞 대인마크도 견고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골리 신소정(28)은 52개에 달하는 스위스의 소나기 슈팅을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남북 단일팀 선수 35명은 이번 대회가 생애 처음 밟는 동계올림픽 무대였다. 따라서 큰 대회 경험 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효 슈팅 수치(8-52개)만 봐도 참담했던 경기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남북 단일팀은 결과적으로 단 ‘일(1)’ 점도 올리지 못했다. 경기는 형편없이 치러놓고 외적인 부분인 정치적 의미만 과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스위스전은 남북 단일팀이 벌인 올림픽 첫 공식 경기이니 만큼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컸지만, 이후부터는 경기력이 향상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머리 감독은 11일 오후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은 전날 보여준 모습이 진짜 우리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며 "스위스전은 이제 지워버렸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스웨덴과의 평창올림픽 조별리그 B조 2차전은 12일 오후 9시 1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스웨덴 선수단의 평균 신장은 168cm나 된다. 남북 단일팀의 평균 신장(160cm)보다 8cm나 더 크다. 거친 몸싸움과 압박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정치적인 ‘보여주기’보다 진정한 팀워크로 하나가 된 남북 단일팀의 모습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단일(單一)은 ‘단 하나로 돼 있음’을 의미한다.
강릉=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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