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요추부 부상으로 2차 월드컵 출전 못하는 임효준/사진=연합뉴스
“한두 번도 힘든데 어떻게 7번씩이나 부상을 당했는데도 저렇게 할 수 있다니 정신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42)은 지난 10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깜짝 주인공 임효준(22ㆍ한국체대)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이경은 “부상으로 보낸 고난의 세월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힘의 황대헌(19ㆍ부흥고)이 바깥쪽을 크게 돌아나간다. 세기의 임효준은 이때를 놓칠세라 전광석화같이 인코스를 파고들어 선두를 따돌렸다. 그 모습이 전성기 시절 알고도 못 막는다는 빅토르 안(33ㆍ한국명 안현수)을 연상시켰다. 민첩하고 날렵하며 영리한 레이스가 영락없이 안현수였다.
실제 임효준의 롤모델이 빅토르 안이다. 임효준은 “2006 토리노 대회 때 (안)현수 형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롤모델이자 존경하는 형”이라며 “현수 형이랑 지난해 12월 한국체대에서 훈련하고 조언도 들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21살 청년 임효준에게는 안현수에게 없는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7번 넘어져도 8번을 일어나는 집념과 불굴의 의지다.
고향이 대구인 그는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이 터져 수술을 받게 된 다음부터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6년 전 동계 유스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대형유망주로 떠올랐으나 지난해 20살이 돼서야 처음 대표팀에 뽑혔다.
그 동안 아픔이 너무나 많았다. 첫 시련은 중학교 1학년 때 찾아든다. 정강이뼈가 부러져 1년 반 동안 링크를 떠났다. 고교 때에는 발목이 심하게 돌아가는 부상으로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이후에도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손목이 부러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지난해 10월 월드컵 1차 대회 1,000m 결승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하다 허리를 다쳐 압박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다. 임효준은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다. “부상이 선수생활보다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한 관계자의 말처럼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있었다는 점이 86cm 차이로 라이벌 싱키 크네흐트(29ㆍ네덜란드)를 따돌리며 금메달을 획득한 숨은 원동력이 됐다.
김선태(42) 쇼트트랙 총 감독과 코치진은 이 점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전이경은 “출전 기회가 적었을 뿐 임효준의 실력은 이미 최고였다”며 “무리하지 않고 2ㆍ3차 월드컵을 쉬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좋은 결정이 됐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속내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안상미 MBC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코치들이 본인의 사생활도 없이 선수들 스케줄에 맞춰 움직였다”고 뒤에서 묵묵히 고생을 한 조력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1등을 했지만 모두의 덕분”이라면서 “감독ㆍ코치님, 팀 동료들한테 감사한다. 다 같이 딴 메달이라고 생각한다”는 임효준의 소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기세를 탄 임효준은 다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아직 경기가 남아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13일부터 예선이 벌어질 남자 1,000mㆍ계주 5,0000mㆍ500m 등이 남아있다.
가장 이른 시점인 10일 첫 금메달을 딴 것은 전체 선수단의 사기에 미치는 효과 또한 상당하다. 한국은 금메달 8개 등으로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쇼트트랙이 금메달 4~5개 이상을 거둬줄 때 가능한 일이다. 전이경은 “이렇게 되면 남은 경기에 좋은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고 안상미 해설위원은 “임효준은 준비하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랐던 선수”라며 “첫 단추를 잘 풀어줬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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