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서 강한 유감 표명
개회식 리셉션 MB와 짧은 대화
한일 정상이 9일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우리의 주권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강한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9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이후가 고비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의사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론을 폈다. 문 대통령은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의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고 지적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재개 문제는 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 국면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법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구상 속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일 강원 평창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얼굴을 마주한 건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 이후 2년 3개월여만이다.
청와대와 이 전 대통령 측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은 리셉션장에서 뒤편에 앉아 있던 이 전 대통령을 알아본 뒤 자리로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을 유치해 이런 훌륭한 잔치를 열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 전 대통령은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이다. 평창올림픽은 훌륭한 일이니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당초에는 이 전 대통령이 외국 정상급 인사가 아닌 탓에 일반 출입구로 입장하고 좌석도 헤드테이블과 떨어져 있어 두 사람이 조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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