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명확히 표시 안 했다면
신문사도 불법행위 방조” 판단
기사형 광고를 보고 사기 피해를 당한 소비자에게 언론사도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강모씨 등 피해자 36명이 A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문사가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게재할 경우, 독자가 광고임을 전제로 그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며 “광고가 아닌 보도기사라고 신뢰한 독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신문사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경제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A사는 2011년 12월 상품권 할인판매 업체 ‘도깨비쿠폰’에 중소기업브랜드 대상을 주고 관련 기사를 내주겠다며 240만원을 받았다. A사는 기사에서 도깨비쿠폰을 ‘오프라인에서부터 소비자층에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알짜기업’으로 소개했다. 고객들이 기사를 보고 주문하면서 6,000여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보름 만에 10억여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상품권 대금을 받은 도깨비쿠폰 대표 박모씨는 상품권 중 극히 일부만 배송한 채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피해자들은 “신생업체인 도깨비쿠폰을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수상업체로 선정하고 신뢰할 만한 업체로 소개했다”며 A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불법행위 발생을 예견하기 어려웠다”, “일반인들도 광고성 기사임을 알기 어렵지 않다”며 A사의 손을 들었다. 반면 2심은 “기사 내에 ‘광고’라는 표현 없이 ‘기사본문’이라고 적었다”, “기사 게재 4일 전 문을 연 업체에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고 허위기재했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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