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열연을 펼치는 최다빈/사진=연합뉴스
영화 옌틀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인 '파파 캔 유 히어 미‘의 슬픈 선율에 맞춰 손짓과 몸짓으로 호소하는 최다빈(18ㆍ수리고)는 은반 위에 선 요정 같았다.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관중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해서 지켜보게 하는 모습이 과거 김연아(28ㆍ올댓스포츠)를 떠올리게 했다. 최다빈이 몸을 푸는 워밍업 시간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떠올리는 ‘대한민국~’ 소리가 한동안 경기장에 메아리치기도 했다.
최다빈은 11일 강원도 강릉의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기술점수(TES) 37.16점과 예술점수(PCS) 28.57점을 합쳐 65.73점을 얻었다. 이날 10명 중 6번째 선수로 연기에 나선 최다빈의 클린 연기에 환호성이 터졌고 가슴 졸인 신혜숙(61) 코치는 순간 울컥해 고개를 돌렸다.
음악이 멈추고 잠시 후 전광판에 올 시즌 자신의 최고이던 62.30점을 넘어 65.73점이 기록되자 감동에 겨운 관중들은 다시 한 번 환호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이날 결과는 한국 피겨의 저변이 세계 정상권과는 아직 거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팀 이벤트는 국가 대항전으로 남녀 싱글ㆍ페어ㆍ아이스댄스 등 4개 종목의 국가별 쇼트 프로그램 합산해 상위 5개 팀에게만 프리스케이팅 연기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아이스댄스에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 여자 싱글에는 기대주 최다빈이 출격해 5위권 도약을 노렸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앞서 지난 9일 팀 이벤트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을 뛴 차준환(17ㆍ휘문고)이 클린 연기로 시즌 최고점인 77.70점(6위)을 거둬 팀 포인트 5점을 획득했지만 이어진 페어 종목의 김규은(19)-감강찬(23) 조가 10위(팀 포인트 1점)에 머물러 합계 팀 포인트는 6점으로 10개 나라 가운데 9위에 자리했다.
최하위에 그친 민유라-겜린 조는 팀 포인트 2점을 보태는 데 그쳤다. 먼저 경기에 임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는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삼바 리듬에 맞춰 연기를 진행했다. 연기 도중 민유아의 상의 끈이 풀어지는 악재 속에 종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쇼트댄스 최고이던 61.97점에 턱없이 모자란 51.97점(기술점수 24.88점ㆍ예술점수 27.09점)을 손에 쥐었다. 팀 이벤트에 나선 10개국 중 최하위의 성적표다. 경기 후 민유라는 "개인전에서는 옷을 잘 꿰매서 좋은 연기 보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자인 최다빈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으나 중압감을 뚫고 감동의 클린 연기를 펼쳤다. 성적은 10명 중 6위로 팀 포인트 5점을 추가했다. 경기 후 최다빈은 “큰 부담 없이 하려고 했는데 좋은 점수가 나와서 놀랐다"며 "이제 부츠도 잘 맞는다. 개인전에서는 컨디션을 끌어올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로써 한국은 총 13점으로 5위 이탈리아(26점)와 격차가 13점이나 벌어진 전체 9위에 머물렀다. 프리스케이팅 결선은 캐나다(35점),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ㆍ31점), 미국(29점), 일본(26점), 이탈리아(26점) 등 5개국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한편 이날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는 휴일을 맞아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각국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단체로 온 외국인 선수 및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러시아라는 국가를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OAR을 달고 팀 이벤트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들을 목청껏 응원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또 경기 중간 정빙 시간에는 댄스 타임과 피겨 스케이팅 관련 퀴즈 쇼가 진행되는 등 국내 프로 스포츠 경기장 못지않은 역동성을 보여줘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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