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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괜찮아! 컬링의 평창올림픽은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8.02.11 14:3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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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더블 컬링 이기정(왼쪽)이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와 예선 7차전에서 혼신의 스위핑을 하고 있다. 한국은 최종전적 2승5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강릉=연합뉴스
믹스더블 컬링 이기정(왼쪽)이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와 예선 7차전에서 혼신의 스위핑을 하고 있다. 한국은 최종전적 2승5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강릉=연합뉴스

‘컬링 천국’ 캐나다는 세계 최강다웠다. 기계처럼 정교한 캐나다 케이틀린 로스(30)-존 모리스(40)의 샷에 관중들도 한국 팀을 향한 응원을 잠시 멈추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나 한국의 장혜지(21)-이기정(23)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캐나다전에 최선을 다해 관중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의 도전이 끝을 맺었다. 장혜지-이기정은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전에서 3-7로 패하며 최종 전적 2승5패를 기록해 예선 6위를 확정했다. 상위 4팀까지 올라가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두 선수는 경기 뒤 관중석을 차례로 돌며 인사했고 경기복을 관중들에게 던져주며 감사를 표시했다. 잠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장혜지, 이기정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장혜지는 인터뷰 도중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 품에 안겨 흐느끼기도 했다.

관중들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던져 감사함을 표시하는 이기정. 강릉=연합뉴스
관중들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던져 감사함을 표시하는 이기정. 강릉=연합뉴스

이들의 눈물은 탈락의 아쉬움보다 팬들에게 보답하지 못한 미안함의 의미가 더 컸다. 전날인 10일에도 스위스에 진 뒤 눈물을 보였던 이기정은 “너무 영광이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즐거운 올림픽이었다.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표현 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장혜지도 “외국 선수들이 우리 관중들 매너가 너무 좋다고 칭찬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컬링은 선수들이 투구할 때 스톤을 손에서 떠나 보내기 직전까지는 침묵하는 게 매너다. 장반석 감독은 “소치올림픽 때 러시아 관중들이 발까지 굴러 참가 선수들이 크게 불만을 나타냈고 중국 대회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오히려 자국 관중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우리 관중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기다려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11일 경기 뒤 인터뷰 도중 뒤돌아 흐느끼는 장혜지(오른쪽)을 장반석 감독이 달래는 모습. 강릉=윤태석 기자
11일 경기 뒤 인터뷰 도중 뒤돌아 흐느끼는 장혜지(오른쪽)을 장반석 감독이 달래는 모습. 강릉=윤태석 기자
믹스더블 컬링 대표팀 이기정이 10일 스위스와 경기에서 패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믹스더블 컬링 대표팀 이기정이 10일 스위스와 경기에서 패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컬링은 평창올림픽 초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일등 공신이다. 컬링 경기가 열릴 때마다 ‘컬링’ ‘컬링 규칙’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믹스더블 예선 1∼7차전 내내 경기장은 관중으로 가득 찼다. 이기정이 투구나 스위핑을 할 때 장혜지는 스톤의 코스를 읽으며 “오빠! 라인 좋아요”라고 자주 외쳤는데 이 말은 유행어가 됐다.

믹스더블은 남녀 대표팀에 바톤을 넘긴다. 남녀 컬링은 14일부터 시작한다. 남자 팀에는 이기정보다 2분 빨리 태어난 쌍둥이 형 이기복(23)이 있다. 이기정은 “형은 저보다 강하고 침착하다. 많은 관중 앞에서 부담을 가질까 걱정인데 잘 이겨낼 것”이라며 “어제 형과 통화했는데 제 인기가 높아진 걸 질투하고 있다. 인터뷰 때 자기 이름을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기복’ 선수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장혜지도 “언니들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여자대표팀을 응원했다. 이기정-이기복 말고도 남녀 팀은 여럿이 가족 관계로 엮여있다. 여자대표팀 김영미(27)와 김경애(24)는 자매, 장반석 감독과 김민정(37) 여자 팀 감독은 부부다. 김 감독의 동생 김민찬(31)은 남자 대표다. 컬링은 다른 종목과 달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이 그대로 대표팀이 되는 대표적인 ‘패밀리 스포츠’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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