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물류자회사 차이냐오(菜鳥)는 매일 수 천만 건의 배송업무를 처리하지만 단 한 명의 택배기사도 고용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택배ㆍ물류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고, 판매량,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 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지역의 창고에 미리 제품을 준비해두는 스마트 창고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차이냐오는 중국 현지 물류업체 40개와 제휴해 전국 방방곡곡에 스마트 창고를 두고 있다. 타오바오(淘寶) 등 인터넷ㆍ모바일 전자상거래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분석해 15초만에 어느 창고에서 어떤 택배회사를 거치면 가장 빨리 소비자에게 전달될 지를 분석한다. 이어 창고 안에 있는 로봇이 배송 주소를 인식한 뒤 3분 내에 해당 물건을 포장해 배송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차이냐오 측은 이 과정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배송 대기시간이 연간 2.6억시간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京東)은 지난달 18일 톈진(天津)시내 한복판에서 무인로봇을 활용한 택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간 대학 캠퍼스와 산업단지, 농촌ㆍ산간지역 등에서 로봇과 드론 등을 이용해 진행하던 무인택배 배송 실험을 수요가 가장 많은 대도시로 확장한 것이다. 징둥도 중국 전역에 스마트 물류센터 10곳과 초대형 일반 물류센터 130곳, 배송센터 2,100개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70여개 도시에선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시장 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스마트 물류시장 규모는 매년 29%씩 성장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 등 신기술이 물류에 대거 접목된 결과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연간 택배물량이 지난해 400억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490억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알리바바와 징둥 모두 2020년을 ‘당일배송 원년’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96배에 달해 배송거리 자체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데, 두 회사 모두 당일배송의 핵심을 스마트 물류시스템 구축에 두고 있다. 알리바바는 올해부터 5년간 차이냐오에 1,000억위안(약 17조2,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을 예정이고, 지난 10년간 5조원을 투자한 징둥도 2020년까지 8조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순펑(順風)과 선퉁(神通)을 비롯한 물류기업들도 화물기와 택배 분류 로봇 확보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말 ‘신(新) 물류시스템 구축’ 보고서에서 “전자상거래와 중소 제조업, 화물차 운행, 배달업무 등 택배ㆍ물류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과 인력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또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유관분야의 신규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물류시장을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의 실험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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