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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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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입력
2018.02.11 13:3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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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가족이란 무엇인가 되짚어보는 책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저)이 화제다. 부모와 그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 범주에 속하지 못해 겪게 되는 사회적 차별과 불이익,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동학대 등에 대한 지적이 날카롭다. 지금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시대를 앞두고 가족 형태 역시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 인식과 제도는 아직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있다.

새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가 새롭게 주목하는 현안의 하나가 바로 가족형태의 다양화다. 1인 가구는 현재 네 집 중 한 집 꼴로, 10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혼ㆍ사별 등으로 인한 한 부모 가구가 전국 150만이고, 미혼모ㆍ부도 3만3,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뿐 아니라 사실혼으로 이뤄진 가족, 동거가구, 아동을 위탁 받아 양육하는 가정 등으로 ‘혼인ㆍ혈연ㆍ입양에 의한 공동체’로 규정된 전통적 가족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가치관에 걸맞게 가족정책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사각지대 없이 정부의 맞춤형 지원을 받고,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단위로서 아늑한 안식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는 새해 주요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로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 양육 및 자립지원 확대’를 삼았다.

이를 위해 첫째, 독거 중년남성이나 여성노인 등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한다.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는 게 독거노인이나 중년남성들의 고독사다. 60세 이상 여성 1인 가구 80%의 월수입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친다.‘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년)에 이들을 위한 대책이 보완될 예정이다.

둘째, 저소득 한 부모들의 자녀양육과 자립지원이 강화된다. 양육비지원을 올해 아동연령 만 14세 미만 연 156만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2022년까지 만 16세 미만 연 180만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대학특별전형, 전기ㆍ통신료 등 비급여성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한 부모 당사자들이 스스로 나서 상부상조의 생활공동체를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스스로 돕는 한부모 프로젝트’도 올해부터 시범 추진한다.

셋째, 포용적인 사회문화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매년 5월 10일은 ‘한 부모 가족의 날’이다. 비양육부모의 양육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도 추진된다. 이와 더불어 한 부모 가족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이 문제를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다양한 가족형태뿐 아니라 돌봄 문제도 새롭게 접근한다. 돌봄을 오롯이 가정이나 시설에만 떠맡기는 게 아니라 지역중심의 돌봄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돌봄 공간을 마련하면 기업은 공간을 꾸미고, 부모는 육아 품앗이하는 ‘공동육아나눔터’를 현재 2배 수준인 전국 36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족과 국가 사이를 메우고 가족과 가족을 잇는 돌봄공동체를 통해 육아가 행복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려 한다.

가족개념을 확대해 다양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기존 가족정책의 기본법인 ‘건강가정기본법’은 법명 자체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으로 ‘가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새로운 가족정책이 더욱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나라의 존립을 위협받으면서, 한 해 10만건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낙태가 자행되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가족형태가 어떻건 차별 없이 존중 받고 자녀를 낳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복지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절실한 과제다. 다양한 가족이 지닌 좋은 점에 주목하고, 개개인이 지닌 고통과 어려움에 공감하는 따뜻하고 열린 사회를 꿈꿔본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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