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전 피겨 세계 챔피언,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김. 연. 아.”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3만5,000여명의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김연아(28)는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점화자로 나섰다. 순백의 드레스를 차려 입고 스케이트화를 신은 그는 세계인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서 피겨 연기를 선보였다.
선은 고왔고 턴(turn)은 일품이었다. 현역 시절보다 힘을 뺀 듯 보였지만, 동작 하나 하나는 정갈했고 우아했다. 현장 취재진은 개막식에 앞서 성화 점화자로 김연아를 예상했지만, 막상 ‘김연아’가 호명되자 넋 놓고 그를 바라봤다.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역시 들뜬 기색을 보였다. 무대가 보이지 않는 관람석 로비 한 켠에서 관람객들의 동선을 안내하던 자원봉사자들 중 일부는 김연아가 등장한 순간, 잠시 계단을 뛰어올라가 그의 모습을 보는 등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전에서 온 한 20대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이런 의미 있는 대회의 성공 개최를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하다. 김연아를 직접 본 것도 신기했다”고 웃었다.
지난해 10월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한 성화를 직접 들고 온 김연아는 성화 점화에 나서면서 성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게 됐다. 그는 개막식 다음날인 10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케이팅하는 모습을 짧게나마 보여드리고 성화를 점화할 수 있어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며 “성화가 (경기장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약간 울컥했다. 올림픽이 개막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선수 출신이다 보니 그런 감정이 더 와 닿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현장에서는 북한 응원단도 눈길을 끌었다. 북한 응원단이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 들어설 때는 수많은 취재진이 에워쌌다. 응원 계획을 묻자 한 북한 응원단원은 “성의껏 준비했다”는 등 말을 아꼈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일관된 표정을 짓고 정제된 답변을 하는 등 미리 교육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북한 응원단은 관람석 2곳에 나눠 앉았는데 이들의 가장자리에는 보안 담당 요원들이 앉아있었다. 지켜보던 중 한 단원은 노랫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한반도기를 들고 일어서 흔들다가 바로 앉는 등 즉흥도 선보였다. 북한 응원단원들은 개막식 도중 구수한 ‘정선 아리랑’ 가락을 합창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관계자들도 참석해 ‘평화 올림픽’의 의미를 더했다.
단순히 ‘공연 연출’을 놓고 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화려한 LED 효과와 전통 문화를 표현한 ‘평화의 땅’ 공연은 세계인의 시선을 모았다. 드론을 활용한 퍼포먼스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위상을 새삼 실감케 했다. 하늘을 날던 1,218대의 드론은 순식간에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드론 스노보더’는 아래에서 기다리던 스노보더 및 스키선수 100여명과 함께 슬로프를 내려왔다. 드론들은 한데 모이다 다시 흩어지며 오륜기 형상으로 변화했다. 오륜은 평창의 밤하늘을 하얀 빛으로 가득 채웠다. 시각영상디자인계 한 전문가는 “평창올림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하늘(드론과 불꽃)과 땅(무대 퍼포먼스), 벽면(경기장 조명 등)의 시각적 효과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했다”고 평가했다.
인면조(人面鳥)의 등장 역시 신선했다. ‘인면조’는 고구려의 덕흥리 고분벽화에 묘사된 것으로 사람 얼굴을 한 새다. 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개막식에는 스포츠 관계자들 외에도 배우 1,300명, 스태프 2,000여 명, 자원봉사자 100여 명 등이 동원됐다. 김연아와 한국 스포츠의 힘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평창=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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