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서쪽 5㎞ 지역서 발생
여진으론 가장 커 수도권도 감지
학교 운동장 등 대피 차량 가득
“부서지는 소리에 집 밖으로 뛰어”
기상청 “문자발신 지연 방화벽 탓
수동으로 전환하는데 시간 걸려”
지난해 11월 규모 5.4 지진으로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까지 빚은 경북 포항에서 11일 새벽 석 달 만에 규모 4.6 여진이 발생했다. 포항 지진 후 발생한 가장 큰 규모 여진인데다 휴일 새벽 포항 전 지역 건물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강한 지진동이 감지돼 시민들 불안은 더욱 컸다. 이날 지진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까지 감지됐으나 7초 이내에 통보하겠다던 정부의 긴급재난문자는 7분 가까이 늦게 통지돼 주민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은 오전 5시3분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36.08도, 동경 129.33도 발생 깊이는 9㎞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진앙 흥해읍 망천리에서 남서쪽 4.6㎞ 떨어진 곳이다.
지진 직후 포항은 놀란 시민들이 자다 일어나 서둘러 집을 나서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일부 아파트는 승용차가 한꺼번에 몰려 나와 혼잡을 빚기도 했다. 포항시내 주요 대로와 공터, 지진대피소인 학교 운동장 등은 대피한 차량들로 가득 찼다.
배모(44ㆍ남구 지곡동)씨는 “감기약을 먹고 곤히 잠들었는데도 침대가 마구 흔들려 깼다”며 “두꺼운 외투만 걸친 채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모(49ㆍ북구 장량동)씨는 “화장실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살펴 볼 새도 없이 뛰어 나왔다”며 “집으로 들어가기 너무 무섭고 추워서 아침까지 편의점에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임시대피소인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들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피소에 머물던 한 여성(62)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워 119구조대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이재민 김모(52)씨는 “좀 진정되나 싶었는데 다시 이런 일이 생겨 불안해 죽겠다"고 울먹였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보경사 대웅전 법당 내부 벽면에 균열이 발생하고 처마 밑에 있는 목조 부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날 여진은 포항 인근 울산과 부산 지역은 물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지진동이 감지됐다. 진앙과 거리가 떨어진 만큼 큰 흔들림은 없었지만 일요일 새벽에 발생한 지진에 놀란 시민들은 일찍 잠에서 깼고 소방당국에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강정화(29)씨는 “집이 아파트 9층이고 새벽 4시에 잤는데 침대가 흔들려서 다시 깼다”며 “몸이 안 좋아 어지러운 줄 알았는데, 재난경보문자를 받고 지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관측 이후 6분30여초 뒤인 오전 5시10분에 발송됐다. 기상청이 최근 지진 조기경보 전달시간을 짧게는 7초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늑장 발송에 비난이 쏟아졌다. 포항 시민 김모(40)씨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재난 알림 메시지는 지진이 나고 1분 만에 왔는데 긴급재난문자는 7분 가까이 늦었고 ‘삑삑’하는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 발신이 지연된 데 대해 “시스템상에서 방화벽이 작동, 발신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상청 지진통보시스템과 행안부의 문자송출서비스(CBS)를 자동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방화벽이 작동해 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를 파악한 상황실 요원이 수동으로 전환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강진구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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