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경기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관중과 북한 응원단이 “힘내라, 힘내라”를 목청 높여 외쳤지만 상대의 꽉 막힌 골문을 열지 못했다. 골리 신소정은 소나기 슈팅 세례에 수 차례 선방을 펼쳤어도 8골을 헌납했다.
세러 머리(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예선 스위스(세계 6위)와 첫 경기에서 0-8로 완패했다. 한국 22위, 북한 25위라는 세계 랭킹에서 알 수 있듯이 단일팀과 스위스의 객관적 전력 차는 실제 상당했다. 또 올림픽을 앞두고 급조된 팀의 한계도 노출했다.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이 단일팀에 합류한지 16일 만에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AFP통신은 이날 경기를 두고 “북한의 핵 야망으로 인한 극도의 긴장 국면에 있던 ‘두 한국’ 이 획기적인 해빙 무드의 결과물로 단일팀을 내놨다”고 평가하면서 “세계 랭킹이 낮은 단일팀은 개최국이라는 이점 덕분에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스위스에 고통스러운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의 예상대로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유효 슈팅에서 8-52로 처참하게 밀렸다. 올림픽이라는 중압감 탓에 짓눌린 듯 수비진에서는 무더기 실책이 나왔다. 머리 감독이 정수현, 김은향(이상 공격수), 황충금(수비수) 등 2∼4라인에 북한 선수 1명씩을 기용하며 단일팀의 역사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정작 빙판 위에서 주목 받은 선수는 스위스의 알리나 뮐러였다.
4년 전 소치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15세의 나이로 결승 골을 터트린 뮐러는 단일팀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혀왔다. 뮐러는 1피리어드에서만 3골을 폭발시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단일팀은 8분 32초에 한수진이 골리와 단독 기회에서 날린 슬랩 샷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온 것이 아쉬웠다.
뮐러는 2피리어드 1분 26초에 4번째 골을 터트리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스위스는 푀베 슈텐츠가 2분 21초, 17분 19초에 연속골을 넣어 단일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전의를 상실한 단일팀은 3피리어드에서 라라 슈탈더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대패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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